믿는만큼 해내는 아이들 ‘부모주도학습’으로 닦달 마세요

입력 2011-07-15 17:39


여름방학 자기주도학습 습관 익히기

“엄마가 달라졌어요!”

장맛비도 지쳤는지 오락가락하던 13일 오후 백엘(15·중2)·예은(14·중1) 자매는 합창하듯 말했다. 엘이는 “우리가 잘못하면 엄마가 화도 내시고 짜증을 냈는데, 요즘은 무슨 말씀이든 부드럽게 하시고 긍정의 힘을 심어주신다”고 자랑했다. 이들 자매는 방학과 동시에 학원을 그만둔다고 했다. 예은이는 “어제부터 언니와 함께 방학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두 딸의 재잘거림에 김명숙(50·서울 노량진 2동)씨는 빙그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김씨를 바꾸어 놓은 것은 두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펼친 자기주도학습법 특강이었다.

최근 학부모를 위한 자기주도학습법 특강이 부쩍 많아졌다.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한다’는 자기주도학습 특강을 왜 학생이 아닌 학부모를 대상으로 주최하는 것일까.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정철희 교수는 “좋은 학원, 좋은 교사, 좋은 학교만 만나면 공부를 잘할 것으로 생각하는 부모가 먼저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대부분의 학원은 시험 잘 보는 기술을 가르치고 있을 뿐”이라며 자녀의 성공을 원한다면 혼자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수업과 시험이 없는 방학이야말로 자기주도학습법을 실천하기 더없이 좋은 때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번 여름방학 때 학원에 보내는 대신 자녀들에게 기회를 줘보자. 혼자 계획을 세워 공부해 본 적이 없는 자녀들을 위해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을 전문가들에게 들어 봤다.

◇대화가 먼저다=한국학습코치협회 조기원 회장은 “자녀 스스로 공부하도록 이끌기 위해선 부모와 자녀의 정서적인 유대관계가 두터워야 한다”며 우선 아이와 대화를 시작하라고 당부했다. 평소 ‘학원가라’ ‘공부하라’ 닦달만 하던 부모가 아이에게 ‘혼자 공부해보라. 내가 도와주겠다’고 나섰다가는 서로 엇나가 감정의 골만 패이기 쉽다.

조 회장은 “아이와 말할 때는 반드시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끝말이나 키워드를 따라 말해서 지지 표시를 하고 비폭력대화법인 ‘사감필부’를 익혀 실천해보라”고 당부했다. 사감필부는 듣거나 보이는 ‘사실’만을 말하며, 사실에 대한 ‘감정(느낌)’을 표현하고, 소망 사항 즉 ‘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말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길 바라는지 ‘부탁’하는 대화 방법이다. 예컨대 자녀가 게임만 계속 하고 있으면 이렇게 말하라는 것. “게임만 하는 것 같구나, 네가 그러니까 엄마가 화가 나네. 새 학기를 대비해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게임을 그만두고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부모주도학습 돼선 안돼=자기주도학습 캠프를 열고 있는 인성스쿨의 지영수 교육본부장은 “자녀에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동기를 부여해주고, 자녀를 믿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 본부장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왜 공부하는지 동기부여가 돼 있지 않았다”며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 자녀 스스로 깨닫도록 이끌라”고 했다.

자기주도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키는 것인데, 그 과정을 부모가 일일이 간섭하고 감독한다면 부모주도학습밖에 되지 않는다. 자녀를 믿고 맡겨둘 필요가 있다는 것. 지 본부장은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일주일에 한번쯤 점검하는 정도로 관여하라”고 말했다.

◇생활습관 개선해주도록=정 교수는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기 위해선 방학 중 생활습관을 바로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방학 중 꼭 지켜야 할 사항으로 아침 8시 일어나기, 가족과 함께 아침 먹기, 운동하기를 꼽았다.

방학 때면 늦게 부스스 일어나 ‘아점’을 먹고 온종일 빈둥빈둥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일찍 일어나 집중력이 높은 오전에 하루 계획한 공부의 70%를 하도록 한다. 아침식사를 해야 뇌 활동에 필요한 포도당을 공급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방학 중 아침식사가 습관이 되면 개학 후에도 이어지게 마련이다. 가족이 함께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하게 되면 정서적 유대가 강화되고, 어휘가 풍부해지고, 발표력도 좋아진다. 아침이 어렵다면 저녁이라도 같이 먹도록 한다.

정 교수는 “운동과 충분한 수면은 집중력을 좋게 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우리나라 부모들은 잘 모른다”며 방학 중 운동을 시작해 개학 후에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라고 당부했다.

◇공부는 이렇게=학원에 의지해서 공부하던 학생들은 갑자기 혼자 공부하라고 하면 그 방법을 몰라 허둥댄다. 채선생공부방법연구소 채희성 소장은 “초등학생은 독서 위주로, 중학생은 독서와 부족한 과목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선행학습이 성적향상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데, 독서야말로 전 과목의 선행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다양한 분야를 읽게 하고, 판타지소설은 독서효과가 없으므로 금서목록에 올리도록 한다.

중학생은 영어와 수학 공부에 올인하게 마련. 채 소장은 영어는 교과서를 외우게 하고, 수학은 기초가 없는 학생은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일러 준다. 영어는 기본문형이 담겨 있고, 시험문제의 80%가 출제되는 교과서를 외우는 것만큼 성적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고. 자습서를 참고해 의미를 파악하고, 원어민 녹음테이프로 발음을 교정하면서 외우도록 한다.

수학은 기초가 없으면 앞으로 나가기 어려운 과목. 4학년 교과서를 시작으로 5, 6학년 교과서를 복습해 기초를 다진 뒤 다양한 문제를 풀도록 한다. 인천 용유중학교 현직 교사인 그는 학생들에게 적용해 100% 효과를 본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