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광명 계명성교회의 지역 섬김] 성도 150명 교회가 市노인복지관 위탁 운영

입력 2011-07-15 17:40


등록 인원 4300여명, 월 평균 강좌 200여개, 하루 평균 수강자 800여명.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광명시노인종합복지관’에 대한 설명이다. 지난 12일 복지관을 찾았을 때 그 규모와 시설을 보고 놀라고 말았다. 단지 여느 기관들보다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 직전에 이 복지관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광명 계명성교회(고완철 목사)를 방문했을 때와 현격히 비교가 됐기 때문이다. 성도 150여명의 교회가 이만한 복지관을 운영하기 위해 얼마나 “힘에 겹도록” 애쓰고 있을지 짐작이 됐다.

◇헌금 50%의 약속=고 목사는 1993년 이 교회를 개척하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 ‘이웃을 섬기는 교회’ ‘광명시민을 사랑하는 교회’ ‘헌금 50%를 구호와 선교를 위해 내놓는 교회’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인근 초·중·고교생 장학금 지급, 매주 목요일 지역 노인 100명 식사 대접 등 노인, 청소년,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노숙인 등을 위한 사역들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1996년 광명시 표창, 1999년 경기도지사 표창, 2005년 17회 광명시민대상(시민봉사 부문)을 받는 등 지역사회에서 인정도 받았다.

그러나 ‘구호·선교에 헌금 50%’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1년 예산이 3억∼3억5000만원인데 교회 재정을 아무리 긴축해도 28% 이상은 어려웠다. 그러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산하 한기장복지재단의 권유로 광명시가 새로 건립하는 노인종합복지관 위탁에 뛰어들었다. 교인들의 철야와 금식기도 끝에 쟁쟁한 기업과 국제 NGO를 제치고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문제는 위탁금과 후원금 등 교회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연간 1억7000여만원에 달한다는 점이었다. 뒤늦게 이를 안 성도들은 물론 고 목사도 “도저히 못 한다”고 손을 내저었다. 2004년 3층 건물로 예배당을 짓느라 3억원의 은행 빚을 졌고 교회 주변의 재개발과 아파트 단지 신축으로 성도가 감소세인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결단을 내린 것은 교회 장로들이었다. “하나님께 ‘헌금 50%의 선교와 구제 사용’을 약속해 놓고 지금까지 못 지켰는데 그 때문에 이 일을 주신 것 같다”는 이유였다. 따져 보니 연간 1억7000만원은 교회 예산의 딱 50%였다.

◇복지관 운영의 유익=복지관은 의외로 교회와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차로 15분 정도 거리인 것. 때문에 복지관 이용자들이 이 교회를 알게 돼도 등록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복지관 운영 수익이 교회로 오는 것도 아니다. 수익은 그대로 프로그램 개발 등 복지관 운영에 도로 들어간다.

그럼에도 교회 성도들이 ‘힘에 겹도록’ 복지관을 운영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고 목사는 “교회에 직접 오는 것은 없지만 기독교와 한국 교회 전체에는 큰 유익이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의 의미는 고 목사와 함께 복지관 안을 다니다 보면 자연히 알 수 있다. 고 목사를 만나는 노인들마다 “목사님, 목사님”하고 인사를 건네 온다. 올해 102세로 복지관 최고령자인 김명철옹은 고 목사의 소매를 잡아끌어 굳이 자동판매기 커피를 뽑아준다. “이렇게 베풀어주시니 감사합니다”라는 말에 고 목사는 “제가 베푸나요, 하나님이 베푸시지요”라고 답했다.

복지관 내에서 뿐 아니라 지난해에만 경기도에서 ‘무한돌봄’ ‘노인 일자리 창출’ ‘노인 자살 예방’ 등 세 개 부문에 대해 표창장을 수여하는 등 지역사회에서도 교회의 헌신적이고 적극적인 운영을 인정해 주고 있다.

서은경 관장은 복지관 중앙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을 가리키며 말했다. “관훈을 저렇게 정했을 때 주변에서 걱정들을 하셨는데 시에서나 수강생들에게서나 문제 제기를 받아본 적이 없다.” 현수막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사람을 기쁘게!’

광명=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