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유룡 교수팀, 제올라이트 20년 숙원 풀었다
입력 2011-07-15 03:06
국내 연구진이 석유화학 공정 등에 촉매제로 쓰이는 첨단 신소재 ‘제올라이트(Zeolite)’의 학계 20여년 숙원을 해결했다.
KAIST 화학과 유룡 교수팀은 벌집 모양으로 큰 구멍(메조나노 기공)과 작은 구멍(마이크로나노 기공)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촉매로서 성능이 크게 개선된 새로운 구조의 제올라이트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과학저널 ‘사이언스’ 15일자에 실렸다.
제올라이트는 지구상에 풍부한 실리카(모래 주성분)와 알루미늄으로 이뤄진 결정형 광물이다. 결정 내부에는 작은 분자들이 드나들 수 있는 지름 1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수많은 구멍이 있다. 제올라이트는 구멍 크기에 맞는 작은 분자를 선택적으로 끌어들여 붙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성질 때문에 특정 물질의 제거·농축·회수를 위한 촉매로 쓰인다.
하지만 기존 제올라이트는 결정 속 구멍 크기가 1㎚ 이하이기 때문에, 이보다 큰 분자는 구멍에 들어갈 수 없어 촉매 활성이 낮은 단점이 있다. 때문에 지난 20여년간 많은 과학자들이 결정 속에 더 큰 크기의 구멍을 일정하게 배열한 제올라이트를 합성하기 위해 연구했고, 유 교수팀이 마침내 숙원을 푼 것이다.
실제 연구진이 두 가지 크기 구멍이 존재하는 벌집 모양의 제올라이트로 촉매 성능을 시험한 결과 기존 제올라이트에 비해 효율성이 월등히 뛰어난 것을 확인했다. 유 교수는 “복잡한 도시에서 큰 도로와 작은 도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면 교통 흐름이 원활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현재 미국의 엑손모빌 등 대형 석유화학기업과 제올라이트의 상용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