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치졸한 日 외무성의 대한항공 불매 지시
입력 2011-07-14 19:12
일본 정부가 또다시 독도 도발을 자행했다. 대한항공이 새로 도입한 A380기를 독도 상공으로 시범비행한 데 대해 외무성 공무원들에게 1개월간 KAL 이용을 자제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 지시는 총리를 보좌하는 관방의 총무과장 외에 외무성 북동아시아 과장 명의로 해외 공관에도 하달됐다고 한다. 한·일 관계를 담당하는 주무과장이 관계 개악의 선봉에 선 셈이다.
국가가 민간기업, 그것도 외국 항공사를 상대로 불매조치를 취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민간 사이 분쟁을 조정해야 할 국가기관이 오히려 싸움을 조장하고 나서는 격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간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외무성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기가 차는 일이다. 졸렬한 차원을 넘어 유치하다 할 만하다. 주한 일본대사관 직원들은 지난 11일 대한항공 본사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일본의 의도는 불을 보듯 뻔하다. 독도를 분쟁지역화하고, 영유권 주장에 한 대목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영공 방어를 위해 영공 외곽에 설정한 방공식별구역(JADIZ)에서도 독도는 제외돼 있다. 반면 1951년 3월 미국 태평양 공군이 마련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는 독도 상공이 엄연히 포함돼 있다.
일본 외무성이 우리 민간에까지 손을 뻗친 것은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이 위기에 몰린 일본 정치상황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지진해일과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태로 지지도가 급락한 간 내각으로서는 극우파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힘든 처지다. 지난해 중국과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에서 참패한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런 무모한 조치는 어렵게 진전돼 온 한·일 관계를 후퇴시키며, 양국의 이익을 해친다. 특히 지진해일 사태 이후 양 국민 사이에 형성된 모처럼의 선의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자해행위임을 경고한다.
우리 정부는 일단 일본 측에 유감을 표시했지만, 민간을 대상으로 한 ‘이에는 이’ 식의 치졸한 대응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다르다. 35년의 침탈, 그보다 오래 지속된 역사왜곡의 망동을 지켜본 시민들은 일본제품 불매 운동 등을 이번에도 자제해야 하는 것인지 자문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