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손대표의 한진重 방문, 보기 민망하다

입력 2011-07-14 19:09

정치인이 민생 현장을 찾는 것은 칭찬해야 할 일이다. 노사분규 현장을 찾아가 노와 사에 조금씩의 양보를 촉구하면서 화합을 이끌어내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고 정치인 본연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4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방문한 것은 약간 사정이 다르다. 극심한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던 한진중공업 사태는 총파업 6개월여 만인 지난달 27일 극적으로 협상이 이뤄져 이미 정상 조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임직원들도 정치권과 노동단체 등 외부 세력의 개입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 허남식 부산시장 등 부산 지역 인사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제3자 개입에 반대했다. ‘희망버스’로 명명된 버스를 타고 주말마다 이곳을 찾은 다른 지역의 지원세력 때문에 시민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며 제발 이곳을 찾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손 대표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정치적 연대 대상인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측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이 사태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노회찬, 이정희, 유시민 등 내로라하는 좌파 성향 정치인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이번 사태에 적극 개입했다. 급기야 이들 중 일부는 서울 덕수궁 앞에 아예 자리를 깔고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런 마당에 손 대표가 현장을 찾지 않았다가는 자칫 노동자에게 무관심하다는 역공을 당할 것을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 경쟁자인 정동영 최고위원이 이미 8차례나 현장을 찾아 이념 성향을 확실히 구축해 놓은 터라 속은 더 탔을지도 모른다. 손 대표가 한진중공업 현장을 찾아 정치적으로는 약간의 이익을 얻었을지 모른다. 당내 발언권이 강해지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야권 연대 협상에서도 기선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1야당 대표가 기라성 같은 참모를 대동하고 이미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는 기업에 얼굴을 내미는 모습은 보기에 좀 민망스럽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정치가 아닌가 하는 강한 의혹을 갖는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