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들 高卒 채용문 활짝 열어라
입력 2011-07-14 19:07
은행가에 고졸자 입행이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기업은행이 상반기에 14년 만에 고교 졸업생 20명을 신입행원으로 채용한 것이 계기가 됐다. 고졸 행원 채용에 대한 평가가 워낙 좋다보니 5대 시중은행들도 동참을 선언, 하반기부터 고졸 채용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학력 차별을 않겠다는 의지다.
은행권이 고졸 행원을 채용하는 의미는 각별하다. 우리 사회의 고질인 교육문제에 하나의 해법을 제시한다. 대학 졸업자가 취업시장을 점령하는 바람에 고졸자는 설 자리를 잃게 되니 다시 대학에 진학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19.2%에 머물고 있는 특성화고 취업률이 올라가고 대학 진학률이 지난해부터 하락한 교육환경과도 맞아 떨어진다.
문제는 취업의 질이다. 고졸 은행원이 사회적 의미를 갖는 것은 고졸자도 질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취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금격차 등을 해소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09년 기준 고졸과 대졸자의 초임은 각각 137만원과 203만원으로 대졸자가 1.5배나 높다. 학력 간 임금격차를 두지 않을 수 없다고 하지만 이 정도면 차이가 아니라 차별이다.
일반 기업들도 은행의 채용방식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아무리 대졸자가 넘쳐나도 고교 졸업자로 충분한 직무를 굳이 고학력자로 채울 필요가 없지 않은가. 연구직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직무와 그렇지 않은 직무를 나누어 적재를 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사회적 낭비를 줄이는 길이다. 굳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품위 있는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 것이다.
전문계 고교도 이런 추세를 감안해 내실 있는 전문교육으로 부응해야 한다. 기업은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 배출되는 고졸자를 그리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각 고교는 이제부터라도 패배주의에 빠지거나 대학으로 가는 또 다른 징검다리 역할에 그칠 것이 아니라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기업의 필요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