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에 2만5000원도… 어이없는 복날 삼계탕값
입력 2011-07-14 18:41
초복인 14일 낮 서울 여의도의 D음식점. 평소에도 점심 때면 직장인들이 줄을 서는 이곳은 이날 평소보다 3배 많은 손님들이 몰려 ‘초복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삼계탕 값을 1000원 올려 한 마리당 1만1000원에 팔았지만 그나마 다른 음식점들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서울 청담동의 한 영양센터도 삼계탕 한 그릇을 1만3000원에 팔았지만 평소보다 10배 많은 고객들이 몰렸다.
하지만 고가의 삼계탕 집들은 평소보다 매출이 줄어 울상을 지었다. 1만5000원을 받고 있는 한 음식점은 매년 초복마다 하루 1500마리 이상의 닭고기를 팔았지만 이번 초복에는 1000마리도 팔지 못했다. 장마까지 겹쳐 매출이 뚝 떨어진 업소들이 많았다. 소비자들 역시 비싼 외식 대신 집에서 삼계탕을 끓여 먹는 경우가 많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초복을 앞두고 삼계탕 가격이 1000∼3000원씩 올랐다. 이에 따라 삼계탕 한 그릇이 1만1000원에서 2만3000원대까지 팔리고 있다. 전복이나 산삼 등을 넣은 프리미엄급 삼계탕은 무려 2만5000원까지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생닭 시세는 오히려 떨어졌는데도 삼계탕 값은 올랐다. 한국계육협회에 따르면 생닭 시세는 4월 ㎏당 268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후 5∼6월 급격한 조정을 보여 1680원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공급량이 급격히 늘고 있음에도 성수기 효과로 2100원대로 올라섰다.
장마로 과일값, 채소값 등이 줄줄이 오르는 가운데 삼계탕 가격도 크게 오르자 삼계탕 대신 반계탕으로 대체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집에서 삼계탕을 해 먹으려는 주부들로 대형마트 등의 생닭 코너도 북적였다.
신세계 이마트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생닭 15만 마리를 팔았다. 보통 때보다 6∼7배 많은 수준이다. 영계 500g을 3450원에 내놨는데 불티나게 팔렸다.
여러 명의 고객이 함께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서도 삼계탕이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티켓몬스터·쿠팡·그루폰 등 주요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서는 지난달부터 10여 차례 이상 삼계탕 쿠폰이 판매됐거나 판매 중이다. 지난달 쿠팡이 판매한 한 삼계탕 집의 쿠폰(정가 1만2000원·할인가 6000원)은 하루 만에 준비한 물량 2000장이 모두 동나 1000장이 추가로 판매됐다.
한편 초복을 맞았음에도 닭고기 주(株)는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국내 대표적인 닭고기 가공업체인 하림과 마니커, 동우의 주가는 각각 3.69%, 3.21%, 3.95%씩 떨어졌다. 하림과 마니커는 사흘째, 동우는 닷새째 각각 하락했다.
한국투자증권 박가영 연구원은 “여름철 수혜주로 당연시하는 것이 너무 익숙해져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기업 자체에 주가가 오를 만한 특별한 모멘텀은 없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