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객지 장사 힘드네”… 2010년 56개가 6500만달러 순손실
입력 2011-07-14 21:14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해외로 진출하는 금융사는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수익 창출 능력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 증권사들이 당기순손실을 내는가 하면 우리 시장에 뛰어든 거물급 외국계 자산운용사들도 절반 이상 고전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20개 증권회사가 모두 14개국에 진출, 90개 해외 점포(현지법인 56개, 지점 2개, 사무소32개)를 운영하고 있다. 2007년 말 51개에서 4년 새 96%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수익 창출 능력은 점포 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56개 점포는 지난해 6500만 달러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또 영업기반 확대를 위해 인력 확충에 나서면서 판매비와 관리비도 2009년보다 6230만 달러나 늘었다.
금감원은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고 해외 진출 대상지역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증권사 해외 진출이 확대돼 증권사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점포 경영상황을 주기적으로 관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해외 영업에서 고전한 것은 비단 우리나라 금융사만은 아니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과 같은 유명 외국계 자산운용사들도 절반가량이 2010 회계연도(2010. 4. 1∼2011. 3. 31)에 한국 시장에서 적자를 봤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를 보면 외국 지분 50% 이상인 외국계 자산운용사 22개사의 45.5%에 해당하는 10개사가 2010 회계연도에 수익보다 손실이 많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당기순손실 74억2700만원으로 적자액수가 가장 컸고 프랭클린템플턴 40억7200만원, 도이치 38억원, 매쿼리삼천리 28억원3000만원 등 순이었다.
특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국내 시장에서 3년 내내 적자를 기록한 탓에 2년 연속 유상증자를 했다. 그럼에도 이들 회사가 한국에서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전망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적자가 나는데도 증자를 했다는 것은 한국 시장에서 영업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