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값 짬짜미 사실로?… 증권가 ‘초긴장’
입력 2011-07-14 18:33
12개 증권사 대표와 임원들이 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거래 혐의로 한꺼번에 검찰에 기소된 데 이어 금융감독원이 19개 증권사를 상대로 채권 가격 담합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정 및 금융감독 당국의 금융시장 불공정 행위에 대한 잇단 ‘강수’에 여의도 증권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은 국민주택채권 매수를 전담한 증권사 19곳에 대해 통정매매 실태가 있는지 검사에 착수했다고 14일 밝혔다. 통정매매란 유가증권을 거래하면서 부당 이득을 취하기 위해 가격을 사전에 의논해 담합하는 행위를 말한다.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한 증권사 19곳에는 유수의 증권사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번 검사는 감사원이 증권사들의 담합을 적발하고 금감원과 공정위에 제재 방안을 마련토록 조치한 데 따른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12월 국민주택채권을 취급하는 증권사 20곳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고, 지난달 말 19곳에서 시장가격 담합 사례를 적발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19개 증권사 직원들은 영업일 중 서로 메신저를 통해 당일 제출할 신고시장가격 정보를 교환하고, 동일한 가격을 제출했다. 만일 당일 신고가격을 전일 가격 대비 5bp가 오른 4.50%로 맞추려 할 때에는 당일 3시15분쯤 “(+5)4.50”이라는 메시지를 인터넷 메신저로 전송했다.
채권이 거래되는 시장가격은 증권사가 매일 신고하는 구입 희망가격의 평균으로 결정된다. 증권사 직원들이 미리 낮은 가격을 맞춰놓고 채권을 되팔다 보니 채권매입자들은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담합에 따른 채권매입자들의 손해액은 2년간 무려 88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방법으로 연간 19개 증권사가 같은 신고시장가격을 낸 날짜의 비율은 2009년 75%, 지난해에는 88%에 이르렀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던 2009년 이전을 살펴보면 신고가격 일치일수의 연간 비율은 2006년 0.8%, 2007년 3% 정도였다.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 관계자는 “감사원의 통보에 따라 진작부터 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제재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 확인 결과가 구체적인 만큼 통정매매의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다. 검사 결과 통정매매가 사실로 나타나면 증권사는 영업정지나 기관 경고 조치를 받게 되고, 해당 직원 역시 면직 등 중징계를 면치 못하게 된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공정위 역시 조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감사원의 조사 의뢰도 기본적으로는 일반 민원인의 조사 의뢰와 같다”면서도 “검토 뒤 의심사항이 발견되면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연속된 불공정거래 의혹으로 영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거래는 결국 신용인데, 최근 ELS와 ELW에 이어 채권 담합까지 지적받는 등 증권사가 고객 재산을 함부로 운용한다는 이미지가 심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