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 라인’ 인선 싸고 당·정·청 정면 충돌하나
입력 2011-07-14 21:39
‘제2의 정동기 사태’로 가나.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 움직임에 대한 한나라당 내 반발 기류가 확산되면서, 정치권에선 감사원장으로 내정됐던 정동기 전 민정수석이 여당 반발로 자진 사퇴했던 지난 1월 인사 파동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홍준표 대표를 제외한 당 지도부와 소장파들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 측근을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할 경우 선거관리 등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14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권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가는 부분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 등) 상당한 논란과 우려가 있다”며 “이런 인사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으로 딴 점수를 다 잃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여당 내에서 권 수석에 대한 자질 문제까지 나오고 있다.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태 의원은 “권 수석은 최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갈등 당시에도 볼썽사나운 모습을 제대로 풀어내고 막지도 못했다”며 “아울러 권 수석은 현재 야당에서 저축은행 사태 증인으로 거론하는 인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장파들은 2006년 8월 한나라당 지도부가 일제히 ‘코드인사’라고 비판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으로 기용하려는 시도가 무산됐던 사례도 거론한다. 이번에도 같은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태근 의원은 홈페이지에 “만일 권재진 장관 내정을 강행한 후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이명박 대통령’으로, ‘문재인 민정수석’을 ‘권재진 민정수석’으로 바꾸어 공격하면 어떤 논리로 반박이 가능할까요? 한숨만 나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반면 홍준표 대표와 친이명박계 일각의 상황 인식은 다르다. 홍 대표는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은 독립된 수사기관이라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자리지만, 법무행정을 하는 자리에 청와대 수석 출신이 가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이 문재인 법무장관 기용에 반대한 것과 관련, “당시 검찰 내에서 법무행정도 모르는 사람이 온다는 데 대한 반발이 있었다”며 “지금 거명되고 있는 인사는 검찰에서 에이스급으로 활동했던 사람으로 문재인씨와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친이계 조해진 의원도 “대통령에게 장관은 참모이며, 참모가 대통령의 철학을 이해하고 소통하고 신임받는다는 것은 일을 하는 데 장점이지 결격사유가 될 수 없다”며 “그것은 국회와 사법부, 언론이 견제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소장파들은 이날 홍 대표에게 15일 의원총회가 끝날 때까지 청와대에 임명을 강행하지 말 것을 건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홍 대표 측은 “대통령이 당 의견을 듣고 판단할 문제지만 인사 문제를 보류시키는 것은 당 대표의 역할이 아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만 사무총장 인선으로 친박근혜계와 갈등을 빚었던 홍 대표도 이번에 다시 ‘권재진 카드’를 놓고 소장파와 충돌하는 데는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