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어린이집 방학 갈등 왜?… “法 때문이야”

입력 2011-07-14 21:50

여름 휴가철을 맞아 어린이집 방학을 놓고 맞벌이 학부모들과 어린이집 교사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어린이집이 방학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어린이집 교사들은 “우리도 쉴 권리가 있다”며 반박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갈등은 여름·겨울방학 등 휴업일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법 조항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송파동의 한 학부모는 14일 “어린이집이 9일 동안 방학을 한다고 해서 원장과 크게 싸웠다”며 “맞벌이라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는데 9일씩이나 문을 닫겠다니 신고를 해서라도 방학을 막겠다”고 말했다

실제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보육 포털 사이트 ‘위민넷’에는 어린이집 방학을 신고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한 학부모는 ‘어린이집이 보육기관으로 방학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1주일간 방학을 한다’면서 어린이집을 직접 신고했다.

어린이집 운영 등에 관한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23조는 ‘보육시설은 주 6일, 평일 12시간 이상 운영함을 원칙으로 하되, 보호자의 근로시간 등을 고려하여 조정 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막연한 설명만 있을 뿐 방학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이 없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은 공휴일을 제외하고 연중 운영해야 한다’는 지침으로 법 규정을 대체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어린이집은 계속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유급 휴가를 보장한 근로기준법과 상충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집의 여름방학과 관련해 교사들이 순번제 휴가를 실시하거나 대체인력을 마련해 보육에 차질이 없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침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 어린이집이 전국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방학을 해 대체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순번제 휴가를 하려 해도 학부모들이 “교사들이 부족하다”며 항의하기 일쑤다. 서울 삼양동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우리도 근로자인데, 휴가마저 눈치를 봐야 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치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유치원의 운영 등에 대한 유아교육법 시행령 14조는 ‘유치원의 휴업일은 매 학년도가 시작되기 전에 원장이 정하되, 공휴일 및 여름·겨울 휴가가 포함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덕여대 평생교육원 김진아 교수는 “유치원과 학교가 하는 방학을 어린이집은 보육시설이라는 이유로 할 수 없다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현실에 맞게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