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유럽악재 등 고려 금리동결… “물가 심상찮아 추후 인상 시간문제”

입력 2011-07-14 18:12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유럽 악재 등 불투명한 대외 여건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통위는 14일 이달 한은 기준금리를 전달과 같은 3.25%로 동결했다. 김중수 총재는 금통위 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 국내외 여건 변화 추이 등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말했다.

금통위가 가장 유념했던 것은 유럽 재정위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지난달까지 통화정책방향 자료에서 유럽 악재에 대해 ‘일부 유럽 국가의 재정문제’라고 표현했지만 이날은 ‘유럽 지역의 국가채무 문제’로 범위를 넓혔다. 그만큼 남유럽 위주의 국가채무 문제가 확산되고 있음을 주시한 것이다. 김 총재는 “과거에는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 그리스나 일부 남유럽 국가들의 문제로 보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이탈리아 등 유럽 다른 국가들로) 전염되고 확산될 개연성을 (금리결정에서) 염두에 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위기가 우리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력도 간과하지 않았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 자금 중 유럽 자금의 비중이 절반가량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일부 국가의 위기가 유로존의 문제로 제기될 경우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지난달 말 2차 양적완화(QE2)가 종료된 가운데 고용지표 악화 등 경기둔화 양상이 지속돼 3차 양적완화(QE3)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외적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한 템포 쉴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동결은 김 총재가 꾸준히 천명해왔던 베이비스텝(점진적 금리인상) 행보와도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여전히 물가 상황이 좋지 않아 추후 기준금리 인상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6월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접고 반등한 데다 최근 장마에 따른 농수산물 및 식품가격의 급등세가 심상찮다. 국제 유가도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고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가 6%대로 급등하면서 차이나플레이션(중국발 수입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또 하반기 공공요금 및 개인 서비스 요금 인상이 예정돼 근원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높은 물가 상승세 등을 고려해 금통위가 8∼9월 중 한 차례를 포함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0.25∼0.50% 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