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한도 상향 불발 가능성에… 무디스, 美 신용등급 강등 경고

입력 2011-07-14 21:44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고 나서 유럽 재정위기가 미국으로 번질지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신용등급이 떨어진다면 국채 이자가 불어나 가뜩이나 어려운 미국의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나아가 유럽 재정위기로 안전투자 대상이었던 미 달러화와 국채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금융시장에 대혼란이 올 수 있다.

◇미국도 신용등급 떨어지나=무디스는 13일(현지시간) 미국을 신용등급 강등이 가능한 ‘부정적 관찰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발표했다. 무디스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국채 한도 상향 조정이 적절한 시한에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이번 조치의 이유를 설명했다. 무디스 기준으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트리플A(Aaa)다.

무디스는 “미국이 국채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더 이상 사소하게 넘길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디스의 이 같은 발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 협상을 놓고 정면충돌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 재무부는 “무디스의 평가는 디폴트를 피하려면 미 의회가 빨리 움직여야 하고 대규모 재정 긴축안에 합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적절한 시기에 일깨워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무디스 발표에 중국의 신용평가기관 다궁(大公)도 14일 미국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했다.

◇EU 긴급 정상회담 개최 난항=유로 채무 위기 수습을 위해 15일 긴급 소집될 것으로 알려졌던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진통을 겪고 있다. 정상회담은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독일의 반대로 연기될 위기에 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 보도했다. 회담에 앞서 그리스 2차 지원의 최대 난제인 민간 채권단 참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 독일의 입장이다. 재정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이탈리아는 국영기업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한편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파이낸셜타임스 독일판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경제개혁안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추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에 이어 피치도 이날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3단계 하향조정했다. 이는 디폴트 등급 직전 수준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