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한마디에… 금값 치솟고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
입력 2011-07-14 18:13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3차 양적완화(QE3) 가능성 발언과 미 재정위기 우려로 달러화와 금값, 유가 등 주요 금융 및 상품시장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경제 체력이 허술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달러는 약세를 면치 못했고 금값은 사상최고치로 치솟았다.
◇달러 약세 가시화=버냉키 의장은 13일 하원 재무위원회에 출석, 경기둔화 양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경우 추가로 경기부양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사실상 지난달 말 종료된 QE2에 이어 QE3의 시동을 걸 계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에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같은 날 미국을 신용등급 강등이 가능한 ‘부정적 관찰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발표하면서 유럽재정위기가 미국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했다.
양적완화와 재정위기 우려는 미국경제의 체력에 대한 의문을 키우면서 달러 약세를 부채질했다.
14일 원화는 달러당 1058.4원을 기록, 하루 만에 1060선이 무너졌다. 장중으로는 1054원대를 보여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로화 역시 13일 1.3948달러에서 14일 오후 3시 현재 1.4168달러로 뛰었으며 엔화는 달러당 79.02엔으로 79엔선에 턱걸이했다. 엔화는 이틀 전보다 1엔 이상 떨어졌다(엔화강세).
◇금 원유 등 원자재가 급등 조짐=달러 약세가 되면 국제 자본은 위험회피 차원에서 원유 및 금 등 귀금속과 원자재로 투자금을 이동시킨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금선물값은 전날 대비 온스당 23.20달러(1.5%) 오른 1585.50달러를 나타냈다. 금값은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9월물 은선물값 역시 전날 대비 온스당 2.52달러(7.1%) 급등한 38.1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5월 31일 이후 최고치다.
한때 안정세를 보일 듯하던 국제유가도 상승세다. 한국석유공사는 13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거래가격이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54달러(2.33%) 오른 111.55달러를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두바이유 가격이 11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달 16일 배럴당 111.80달러 이후 처음이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따라 올라갔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보통휘발유 값은 전날보다 1.65%, 경유는 1.53% 급등했다. 유가는 흔들리는 미 경제와 달러의 영향으로 당분간 강세를 띨 조짐이다.
◇국내 경제에도 영향 미칠 듯=버냉키 의장의 추가 양적완화조치 시사는 우리 시장에도 장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연구원 이명활 국제거시금융연구실장은 “사실상 버냉키 의장이 미 경기둔화에 따른 양적완화조치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유동성 확대에 따른 원화강세가 예상된다”며 “달러 약세에 따른 원자재가 상승은 우리 물가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14일 장중 2110선이 무너지기도 했던 코스피는 전날보다 0.43포인트 오른 2130.07로 장을 마쳤다. 2차 양적완화조치가 나왔던 지난해 하반기처럼 글로벌 유동성이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으로 몰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사들의 ‘ℓ당 100원 할인’이 종료된 뒤 가격조정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쳐 국내 유가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고세욱 노석철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