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소말리아의 비극
입력 2011-07-14 18:40
비가 다소 지겹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지난달 22일 시작된 장맛비는 좀처럼 그칠 줄 모른다. 강수량은 평년의 4배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이상 강우다. 호우로 인적·물적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지구촌 다른 곳은 폭염과 가뭄으로 비상이다. 유럽과 중국에선 찜통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의 경우 보건 당국이 직사광선에 노출되지 말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할 정도다. 미국 남부 지역은 물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1917년 이래 최악의 가뭄 사태를 맞은 텍사스주는 자연재해 지역으로 지정됐다.
현재 이상 기후로 가장 고통 받는 곳은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이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를 엄습한 극심한 가뭄과 음식 부족 현상으로 1100만명 이상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만 200만명을 넘고, 그 가운데 50만명이 아사 위기에 직면해 있단다. 어린이들 대부분은 울고 싶어도 울 힘이 없다고 한다.
그제 AP가 보도한 소말리아 사진들은 그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제대로 먹지 못해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와 젓가락처럼 야윈 팔다리, 초점을 잃은 퀭한 눈의 어린이들. 그리고 NGO 단체의 식량 배급을 애타게 기다리는 난민촌 사람들.
물과 음식을 찾아 정든 땅을 떠나 수도 모가디슈나 인접국인 케냐로 향하는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9만명을 수용할 수 있어 세계 최대 난민 캠프로 알려진 케냐의 다다브 캠프. 이곳에 40만명이 밀집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말리아인들은 1991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내전(內戰)으로 엄청난 고통을 당해 왔다. 무장 군벌들이 권력을 잡으려 서로 치고받는 과정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살인과 고문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넘쳐나는 시체를 수습하지 못해 학교 운동장이 공동묘지로 바뀌기도 했다. 이렇듯 소말리아인들은 20년간의 내전으로 신음하다 지금은 자연재해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죽음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소말리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동북부 주민들이 생사의 기로에 있다며 국제사회의 신속한 도움을 요청했다. 소말리아인을 비롯해 아프리카인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우리 정부도 예외일 수 없다. 소말리아 해적들 행태는 괘씸하지만 그렇다고 목마름과 배고픔을 호소하는 아프리카인들을 보듬어 안는데 인색해선 안 된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