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깊은 계곡 응달의 당신
입력 2011-07-14 18:39
이영광(1967∼ )
주말 등산객들을 피해 공비처럼 없는 길로 나아가다가 삼부능선 경사면에 표고마냥 돋은 움막 앞에서 썩어가는 그것을 만났다
나는 놀라지 않았다 그것도 놀라지 않았다 몸이 있어 있을 수 있는 광경이었기에 이미 짐승들이 뜯고 찢어 너덜너덜한 그것 곁에
찌그러진 양푼 곁에 불 꺼진 스탠드처럼 어둑어둑 소나무 그늘이 드리웠기에 나는 쭈그려 담배를 피우며 아, 여기는
저승 같네 하면서도 정시하진 못했다
아직 시체와 눈 맞는 인간이 되어선 안 되었다 그것이 자기를 잊고 벌떡 일어나선 안 되었다
사실 파리는 왱왱거리고 구더기들은 들끓었다
(이하 생략)
산행 길에 만난 짐승의 사체. 이미 죽음 속으로 사라진 그것이 아직 몸이 있다고 구더기가 슬고 있다. 그것도 푸른 산, 푸른 숲 속에서다. 생명이 있는 건 모두 죽는다는 불변의 진리가 땀을 흘리고 있다. 땀은 묻는다. 너는 산 것인가? 비록 썩어가고 있을지라도 몸은 몸인지라 냄새가 날아가고 진물이 흘러가는 그곳까지가 사후의 영역이라는 말씀.
정철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