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노바의 종주국 브라질 홀린 스물네 살의 뮤지션… ‘여행의 시작’ 싱글 앨범 낸 나희경
입력 2011-07-14 17:39
우리나라에서 정반대편에 있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지난해 12월 재즈 뮤지션 나희경(24)은 그곳으로 갔다. 가방엔 자신이 ‘보싸다방’이라는 예명으로, ‘찾아가기’라는 음반명을 달아 같은 해 9월 내놨던 미니앨범 30여장을 넣었다. 무작정 떠난 브라질행. 그가 아는 건 하숙집 주소밖에 없었다.
브라질로 간 이유는 간단했다. 1950년대 후반, 삼바에 모던재즈의 감각이 가미된 보사노바라는 음악장르가 처음 만들어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진짜’ 보사노바를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우는 것을 넘어서서 그는 5개월 만에 세계 최고 보사노바 뮤지션들과 함께한 성과물을 들고 지난 5월 귀국했다. 현지에서 만든 음악은 이달 8일 발매된 ‘여행의 시작’이라는 싱글음반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해 미니앨범처럼 ‘보싸다방’이라는 예명을 썼다.
나희경은 국내에선 무명에 가까운 1987년생 뮤지션이다. 그런데 ‘보사노바의 나라’에 사는 음악가들은 동방의 뮤지션 나희경에게 열광적 반응을 보였다. 그의 음악엔 무슨 매력이 있기에 본토의 으뜸가는 뮤지션들이 흠뻑 매료됐던 걸까.
지난 12일 서울 역삼동 한 카페에서 나희경을 인터뷰했다. 활발하고 당찬 성격의 20대일 것으로 짐작했지만 아니었다. 말수가 적고 목소리가 작았다. 어떤 질문에선 열없는 웃음만 지었다. 자신이 브라질에서 겪은 반년의 시간을 회상하며 “한 편의 영화 같았다”고 말할 때도 차분한 모습이었다.
“리우데자네이루엔 ‘비니시우스 바’라는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보사노바 전문 공연장이 있어요. 현지에 도착해 공연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왔다. 들어봐 달라’며 제 음반을 드렸는데, 음악이 괜찮았는지 결국엔 함께 무대에서 현지 연주자들과 잼(즉흥연주)을 하게 됐어요. 정말 반응이 좋았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소문이 났고 좋은 기회가 찾아왔던 것 같아요.”
두 곡이 들어간 나희경의 이번 음반에 참여한 대표적인 뮤지션으론 호베르토 메네스칼을 들 수 있다. 37년생인 그는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1994년 작고), 비니시우스 데 모라에스(1980년 작고) 등과 함께 보사노바라는 장르를 처음 만든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나희경에게 포르투갈어로 ‘사랑’이라는 뜻인 ‘응 아모르(Um Amor)’라는 곡을 선물했다. 메네스칼 외에도 브라질 최고의 베이시스트로 평가받는 아드리아누 지포니, 드러머 세쟈 마샤두 등이 제작에 동참했다.
나희경은 보사노바를 “편안함을 유지하면서도 설렘을 잃지 않는 음악”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보사노바 음악을 들으면 심장이 뛰어서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좋다”고 했다.
“외유내강의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들을 땐 굉장히 편하게 들리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복잡하고 치열한 리듬이 있죠. 제가 살아가고 싶은 인생도 보사노바와 같은 삶이에요.”
이르면 오는 9월 그는 ‘보싸다방’이 아닌 ‘나희경’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정규 음반을 발매한다. 음반은 브라질 최고의 세션들이 참여한 곡들로 채워진다. 11월에는 다시 브라질로 출국해 현지에서 음악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미 12월부터 브라질 투어 일정이 잡혀 있다.
“앞으로 여러 음악을 경험하며 발전해나가고 싶어요. 음악을 하면서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게 가장 큰 소망이에요. 제 음악을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앞으로의 제 여정을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