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걸쳐 들춰 본 문명의 속살… ‘문명 이야기’
입력 2011-07-14 17:58
문명 이야기/윌 듀런트/민음사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문명사학자 윌 듀런트(1885∼1981)가 1927년에서 75년까지 무려 반세기에 걸쳐 집필한 ‘문명 이야기’ 시리즈가 국내에 초역으로 소개됐다. 원서는 고대 인류 문명의 기원에서부터 그리스 시대와 프랑스 혁명 등 서양사를 돌아 1930년대 인도와 중국, 시베리아에 이르기까지 1만년 동안 이어진 인류 문명의 유장한 파노라마를 총 11권에 나눠 담은 방대한 역사책이다.
이번에는 제1권 ‘동양 문명’과 제2권 ‘그리스 문명’, 그리고 제5권 ‘르네상스’ 등이 우선 선보였는데, 국내 독자를 위해 각 책을 두 권으로 나누어 총 6권이 출간됐다. 나머지 시리즈 원서도 번역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출간될 예정이다.
1권에서 윌 듀런트는 그리스나 로마에서 출발하는 서양의 역사책과 달리 수메르나 페르시아 등 근동에 이어 아시아의 문명사를 서술하며 문명이 서구만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유럽의 패권이 종말을 맞고 아시아가 부활의 삶을 누리는 순간에 와 있다. 아시아는 한 줄로 요약해 버리는 종래 역사의 지역주의는 학문적 오류가 아니라, 지성의 참담한 실패로 봐도 무방하리라.”(7∼8쪽)
2권에서는 에게 제국에서부터 그리스가 로마군에게 짓밟히는 순간까지의 역사를 담았고 5부에서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가 찬란한 절정에 도달했을 때의 초상화를 그린다.
저술가 이전에 유명한 철학가였던 저자는 인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나 절망 대신 냉담할 정도로 철저하게 관찰자의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재치와 사색을 잃지 않는 언어로 문명사의 거대한 흐름을 명쾌하게 짚어낸다. 안인희, 왕수민 등 옮김.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