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 인간 군상 생생하게 그려내… ‘십자군 이야기 1·그림으로 보는 십자군 이야기’

입력 2011-07-14 17:58


십자군 이야기 1·그림으로 보는 십자군 이야기/시오노 나나미/문학동네

인류 역사상 전쟁만큼 인간의 참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또 있을까. 특히 법과 질서보다는 힘과 무질서가 세상을 좌우하던 중세시대의 십자군 전쟁은 인간의 신념으로 인한 광기를 드러낸 인류 최대 사건 중 하나였다.

‘로마인 이야기’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시오노 나나미가 ‘십자군 이야기’ 시리즈를 펴냈다. 모두 3권으로 기획된 시리즈의 첫 권을 우선 펴낸 그녀는 200년간 이어진 전쟁의 대서사를 ‘카노사의 굴욕’에서부터 시작한다. 사건은 교황의 승리로 끝났지만 절치부심한 황제의 반격이 십자군 원정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교과서에 실리지 않는 역사의 막전막후를 살피며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교황은 황제에 비해 꽤 정치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교황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을 이용하며 상대를 약화시키려는 생각을 했던 게 아닐까. 제아무리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다 해도 황제는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는 말을 절대 할 수 없으니까.”(21쪽)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매혹적인 빛을 내는 인간 군상의 이야기들이 저자 특유의 인간 내면을 꿰뚫는 직관력을 입고 책 곳곳에서 생생하게 그려진다. 시리즈 2, 3권은 올 가을 이후 출간 예정이다.

함께 선보인 ‘그림으로 보는 십자군 이야기’는 중세에서 르네상스 초기까지의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사이의 대결을 담은 판화집이다.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장엄한 판화 작품에 곁들여진 시오노 나나미의 간명한 해설이 십자군의 전 역사를 알기 쉽게 보여준다. 두 책 모두 문학전문가인 송태욱씨가 번역했다.

김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