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총기난사’ 공범 혐의 정 이병 어머니 “부대 생활보다 구속된 지금이 마음은 더 편하다더라”
입력 2011-07-14 18:09
“구속된 아들을 면회했는데 팔과 손에 담배로 지진 자국이 세 곳 있었어요.”
해병대 김모(19) 상병의 총기난사 범행을 도운 혐의로 구속된 정모(20) 이병의 어머니 이모(45)씨는 13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4월 14일 입대한 정 이병은 가혹행위를 당했다. 한 병장은 정 이병의 성기를 태워버리겠다며 모기약 ‘에프킬라’를 전투복 하의 지퍼 부위에 뿌린 뒤 불을 붙였고, 신학교 휴학생으로 해외 선교사가 꿈이었던 정 이병 앞에서 성경책을 태웠다. 얼굴과 목에 ‘안티프라민’ 연고를 바른 뒤 못 씻게 하고, 다리털에 테이프를 붙였다 떼며 정 이병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비웃었다.
면회 첫날, 아들은 공포심에 질려 얼굴이 발개져선 눈물을 뚝뚝 흘렸다고 한다. “(선임들이) 죽어나가는 걸 목격하고 충격을 받아 공중에 붕 뜬 것 같은 느낌이래요. 요즘은 그나마 안정됐어요.”
어머니는 군대생활이 힘들다고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아들은 선임이 공중전화 부스까지 동행하고, 부모님에게 잘 지낸다 말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에 괴로움을 토로할 수 없었다고 했다. “부모에게 고자질하면 큰일 난다고 해요. 기수열외를 당한다고.”
정 이병은 면회 온 어머니에게 부대생활보다 현재 구속된 상태가 심적으로 편안하다는 말도 했다. 그는 첫 휴가를 나흘 앞두고 구속됐다. “이병이란 위치가 군대에선 아무것도 자기 뜻대로 못 하잖아요. 김 상병과는 서로 동병상련의 입장이었던 것 같아요. 그 아이도 불쌍하죠.”
“피의자(정 이병)는 ‘죽이고 싶다’고 말하는 김 상병을 말렸다. (정 이병은) 소총을 탈취하고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김 상병의 말을 듣고 기다렸다. 김 상병이 소총에 실탄을 장전하는 걸 보고 도망가던 피의자(정 이병)는 총성을 듣고 공중전화 부스로 다시 돌아와 고가초소 근무자에게 고함을 쳤다. 이후 생활관으로 가서 김 상병을 만났고 같이 죽자는 말을 듣고 다시 도망쳤다.” 정 이병의 변호인 진술서 내용이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