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무부 ‘불법도청 매뉴얼’ 작성… CIA·FBI에 제공 파문

입력 2011-07-13 21:08

미국 법무부가 사법부의 감청영장 없이 개인의 전화·휴대전화 등을 도청하는 방법을 담은 ‘불법도청 매뉴얼’을 작성해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등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법망을 피해 전화를 도청하는 안내서(Law Enforcement Telephone Investigations Resource Guide)’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AT&T 버라이즌 등 미국의 모든 통신사별로 전화를 도청하는 방법이 상세히 적혀 있다. 크립토미(cryptome.org) 등 인터넷 사이트들은 13일 미 법무부에 의해 지난해 3월 작성된 이 문건을 모두 공개했다. 법무무의 ‘독수리’ 문양과 ‘기밀문서(Confidential Material)’란 단어가 선명하게 인쇄돼 있다.

전화 통화 내역과 통신기록을 빼내기 위해 통신사들에 어떤 식으로 거짓말을 해야 하는지, 통신사들이 필요한 근거 제시를 요구할 경우 법원 발부 영장처럼 ‘그럴 듯한’ 서식을 작성하는 방법 등이 문서에 담겼다.

헌법 위반 행위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에 대비한 사후처리 방법도 제시됐다. 문건은 “절대 도청 사실을 법정에서 발설하지 말고 수사 문건에는 용의자 신원을 다른 합법적인 방법으로 확인했다고 둘러대라”고 언급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