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임원, 자회사 사외이사 겸직 여전
입력 2011-07-13 18:49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이 비은행 자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와 경영진 감시라는 사외이사제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지배구조법(가칭) 제정 등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11일 현재 5개 금융지주회사의 임직원 11명이 9개 자회사에서 13개 사외이사 직책을 겸직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의 사외이사 5명은 모두 지주회사의 사외이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5개 금융회사는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의 겸직을 통해서만 “사외이사가 이사 총 수의 절반 이상이 돼야 한다”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고 있었다.
경영진의 전횡을 막고 이해관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보장돼야 할 금융 자회사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는 법적 해석 충돌 문제 등으로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의 자회사 사외이사 겸직에 대해 확실한 원칙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법 제22조 제7항에서는 은행지주회사 임직원의 자은행 사외이사 겸직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반면 금융지주회사법 제39조 제2항은 “기타 금융관련법령에 불구하고 금융지주회사의 임직원은 자회사 등의 임직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는 경제개혁연대가 상이한 법 해석 문제를 지적하자 지난해 5월 “은행 지주 임직원의 겸직은 금지, 비은행은 허용”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금융위는 업종 간의 규제가 차별되는 근거는 밝히지 못했다. 경제개혁연대가 지난해 6월 은행과 비은행 사이의 규제 격차 이유를 공개 질의하자, 금융위는 “금융지주회사 임직원도 은행처럼 자회사 사외이사 겸직을 금지할지에 대해 제정을 추진 중인 (가칭)‘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경제개혁연대가 문제제기를 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추진 중이라던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금융위 금융정책과 관계자는 “법 조문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정비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아 오래 걸리고 있다”며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사외이사 겸직 허용 여부에 차이가 있는 것은 현행법상으로는 맞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을 끌면 끌수록 사외이사 독립성 문제는 방치된다는 비판이 높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위가 일관성 없이 법을 집행하며 직무유기를 하는 동안, 사외이사 제도는 독립성을 잃고 있으나 마나 한 것으로 전락해버렸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