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변해야 산다” 무한도전

입력 2011-07-13 18:51


최근 경제·산업 질서가 재편되면서 ‘기업 변신’이 글로벌 기업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찰스 홀리데이 전 듀폰 회장은 “변신을 시도하면 생존할 확률이 60∼70%가 되지만 변신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3일 글로벌 기업의 변신 성공 사례를 분석한 ‘트랜스포머의 조건:글로벌 기업의 변신 사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업 변신은 환경 변화에 대응해 사업구조를 급격히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GE, 듀폰, 필립스, 히타치가 꼽힌다.

GE는 2000년대 초 기존 사업에서도 실적이 좋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 재편을 시작했다. 1990년까지 성장을 이끌던 금융과 가전 부문을 대폭 축소하고 헬스케어(의료기기)와 에너지 분야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에 따라 2000년 전체 매출 중 51%의 비중을 차지했던 금융은 2010년 31.3%로 줄어든 반면 에너지 부문은 11.4%에서 25%로 늘어났다.

미국을 대표하는 종합화학기업인 듀폰은 농업과 대체에너지를 선도하는 통합과학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90년대 후반까지 듀폰은 일반 화학산업은 물론 석유와 제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방만한 구조에 따른 비효율이 문제였다. 주력 사업이었던 섬유사업을 2004년 매각하고, 석유와 제약 분야를 처분한 자금으로 파이오니어 등 종자·바이오 기업을 사들였다. 지난해 농생명공학 부문 매출이 전체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명실상부한 ‘시장주도 과학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필립스는 ‘레드오션’에서 탈출한 ‘블루오션’의 스타라 불릴 만하다. 필립스는 전통 주력 분야인 가전산업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에 밀리자 반도체와 전자부품 쪽에 눈을 돌렸지만 실패했다. 2001년부터 필립스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헬스케어와 조명, 특화된 생활가전(전기면도기·커피메이커 등)을 3대 축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그 결과 현재 필립스는 조명 분야 세계 1위를 지키고 있고, 의료장비 분야에서도 GE, 지멘스와 함께 3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계열사 943곳(2009년 기준)을 보유한 복합기업 히타치는 글로벌 경제위기 과정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환경과 에너지 등 신성장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며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변신에서 우리 기업들이 얻어야 할 교훈은 뭘까. 김종년 수석연구원은 “‘먼저 버리지 않으면 버림받는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사업의 정리와 신사업 투자가 조화를 이뤄야 수익성 있는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 김 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초까지의 구조조정이 살기 위한 변신이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성장을 위한 ‘버림’을 실천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글로벌 기업이 신사업과 관련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하게 인수합병(M&A)을 전개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소극적”이라며 “M&A를 다양성과 개방성을 추구하기 위한 기본 전략 수단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