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얻어먹고 잘렸다는 경찰 못봐… 칼 맡겨도 될지” 경찰청 워크숍서 쓴소리 쏟아져
입력 2011-07-13 20:52
“업체 대표의 법률고문인 양 술을 얻어먹고 내부 정보 빼주고, 사건 넘어오면 중간에서 처리해주는 경찰관을 많이 봤다. 그러다 걸려도 잘렸다는 얘기를 못 들었다. 경찰청장은 방심해선 안 된다.”(서울지방변호사회 정철승 감사)
“인권보호 때문에 수사 못 하겠다는 말이 나와선 안 된다. 두 마리 토끼(인권보호와 수사)를 다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
전국 지방경찰청·경찰서 수사·형사과장과 경찰 수뇌부가 13일 경찰청 워크숍에서 외부인사 11명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검사의 수사지휘에 관한 대통령령 제정을 앞두고 국민 의견을 듣고 신뢰 제고 방안을 찾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다.
오승근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팀장은 “경찰에서 조사받을 때 단답형 대답만 요구해 사실 확인이 아니라 정해놓은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 같았다”며 “전문성이 부족한 경찰에게 칼을 맡겨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구수환 KBS 프로듀서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경찰 때문에 바뀌었다는 제보를 종종 받았다”며 “현장에 나가보면 ‘혹시나’ 했던 생각이 ‘역시나’로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 박근용 시민참여팀장은 “불법집회 현장에서 인근 기지국을 거친 통화내역을 다 확보해 감청하는 것은 마구잡이식 과잉수사”라고 지적했다.
외부인사들은 한목소리로 경찰의 환골탈태를 촉구했다. 정 변호사는 “경찰은 일제 때 반민족행위를 일삼고 이후 독재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한 원죄가 있다”며 “과거의 폐습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국민 대다수가 느끼기 때문에 새롭게 태어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바뀌려고 눈물겹게 노력하면 경찰에게 이 정도 수사권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업소 유착을 끊기 위해 서울 강남지역 장기근무 형사들을 교체한 데 이어 ‘강남권 특별감찰팀’을 서울경찰청에 신설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