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효과’… 서울지역 고교 동계스포츠팀 창단 붐
입력 2011-07-13 18:42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유치가 확정되면서 서울시내 고등학교들이 앞다퉈 동계스포츠 종목 팀을 창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대한 기대감과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현실적 고려 때문이다. 동계스포츠 붐 확산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대학·실업팀이 없어 경쟁적으로 고교팀을 창단하는 데 대한 우려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스키부 창단계획을 확정한 청담고가 체육특기학교 지정을 신청했다고 13일 밝혔다. 청담고는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최모(17)군이 귀국하는 오는 9월 스키팀을 만들 계획이다. 청담고는 “중학생 쇼트트랙 유망주도 내년 입학을 희망하고 있다”며 빙상팀 창설도 준비 중이다.
시교육청에 동계스포츠팀 신설 신청을 낸 학교는 청담고가 유일하다. 그러나 발 빠르게 팀 창단을 준비하는 학교는 많다.
올해 컬링 전공 체육교사를 영입한 개포고는 내년쯤 컬링과 빙상팀을 만들 계획이다. 이 학교 정구선 체육교사는 “동계스포츠는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 선발이 어렵다”면서 “올 겨울 중등부 유망 선수들을 지켜 본 뒤 내년쯤 특기자 선발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스키부를 운영했던 압구정고도 재창단을 고려 중이다. 이경수 압구정고 예체능교육부장은 “정부가 올림픽을 위해 동계스포츠를 국가 시책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지금 동계스포츠를 시작하는 학생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동계스포츠 팀을 운영 중인 고교들도 기존 팀 확대나 다른 종목 팀 창단을 고민 중이다. 빙상팀을 운영하는 서울의 한 사립학교 체육부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다른 학교들이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좋은 선수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선발 인원을 늘리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빙상팀을 운영 중인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도 여건만 갖춰지면 팀과 종목을 확대할 태세다. 이 학교 체육교사는 “자율형사립고는 등록금으로 팀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 부담이 크고 입학 조건도 성적 상위 50%로 제한돼 있어 신규 팀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도 “만약 입학 조건이 완화되고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면 지금이라도 팀 규모나 종목을 확대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조심스런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중·고교 동계 스포츠 육성에 발맞춰 대학들도 자율적으로 동계스포츠 팀을 창단하거나 선발 인원을 늘려야 한다”면서 “고교 졸업생을 받아줄 대학이나 실업팀이 없으면 선수들이 중도에 운동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창동계올림픽 효과만을 노려 창단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학교 스포츠팀을 창단, 운영해야 한다”면서 “성적에 얽매여 상위 1% 선수만 육성한다면 다른 종목에서 발생했던 문제들이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