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도미노] 다음은 어디… ‘재정난 들불’ 확산 2∼3일 안에 판가름

입력 2011-07-13 22:00


유럽 재정위기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그리스에 이어 경제 규모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세 번째로 큰 이탈리아까지 불똥이 튀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12일(이하 현지시간) 아일랜드의 국가 신용등급을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강등했다. 위기감을 느낀 유럽연합(EU) 정상들은 15일 긴급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같은 날 유로존 91개 은행에 대한 2차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테스트) 결과도 발표된다. 이탈리아 의회는 이날 긴축 재정안 표결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2∼3일이 유로존 출범 이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유럽 정상 긴급 정상회동, 급한 불 끌 수 있을까=로이터통신은 12일 “이탈리아 문제를 본격 논의하기 위해 15일 EU 긴급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금융시장에서 유로 채무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급속 확산하는 데 따른 것이다. 그리스 대책에 대한 유로존 내 이견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여 이탈리아 사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유로존에서는 그리스의 디폴트(국가부도)가 불가피하며, 유로존은 이미 붕괴 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회원국 간 경제력 격차가 큰 상황에서 단일 통화로 묶인 유로존의 태생적 한계로 인한 그리스 사태 장기화, 유로존 국가의 방만한 재정운용 등이 이번 이탈리아 재정위기 사태까지 꼬리를 물고 야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U의 우유부단한 대책과 회원국 간 이기심으로 이미 포르투갈이 정부 차원의 유로존 탈퇴를 고려 중이고 그리스 역시 비공개로 탈퇴 의사를 밝혔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여기에 “그리스 위기를 덮는 식으로 이탈리아 보호 방화벽을 쌓는 게 싸게 먹힌다”는 인식이 EU와 금융시장에서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 출신으로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윌렘 뷔터는 유로 채무 위기국을 모두 구제해 유로권을 유지하려면 대략 2조 유로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EFSF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4400억 유로로는 태부족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 문제 처리의 신속성도 거듭 촉구됐다. 국제금융협회(IIF)는 12일 “며칠 안에 해답이 나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금융시장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긴축안 통과 시킬까=이탈리아 의회는 15일 2014년까지 400억 유로에 달하는 지출을 삭감하는 재정 긴축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최근 며칠 사이 불거진 이탈리아 위기설이 사라질지 주목된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날 “우리는 전쟁 직전 상황에 서 있다”며 국민에게 단결과 헌신을 호소했다. 야당도 전폭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긴축 재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탈리아 증시는 12일 엿새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긴축안이 통과돼도 이탈리아 경제에 대한 불안요소가 모두 제거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정치적 불안과 결합된 이탈리아 경제에 대한 우려는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정크’ 등급으로 강등된 아일랜드, 다시 위기=국제 신용평가업체인 무디스는 12일 아일랜드의 국가 신용등급을 Baa3에서 정크 등급인 Ba1으로 강등했다. 무디스는 국가 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전망도 ‘부정적’을 유지,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로써 불과 2년 전만 해도 Aaa 등급을 유지했던 아일랜드는 부동산 거품 붕괴와 재정위기로 인해 투자 등급을 상실하게 됐다.

무디스는 성명에서 “현재 진행 중인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 프로그램이 2013년에 끝나고 나면 아일랜드가 추가 지원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 등급 강등의 주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특히 추가 지원 전제조건으로 민간 부문 채권자들의 동참과 희생이 요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요인으로 지적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