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체제 작가 랴오이우 독일 망명 “황홀하다… 마침내 자유 얻었다”
입력 2011-07-13 21:22
“마침내 책을 쓸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내가 있을 곳은 중국이다.”
최근 우여곡절 끝에 독일로 망명한 중국의 반체제 작가 랴오이우(52·廖亦武)는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서구 언론의 인터뷰 세례를 받고 이같이 소감을 피력했다.
그는 지난주 초 베트남으로 넘어간 후 폴란드를 거쳐 지난 6일 독일에 도착했다. 반체제 인사로 분류돼 해외여행을 제한받고 있는 랴오이우가 어떤 경로로 독일로 갈 수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자세한 과정은 내년에 공개할 계획”라고 미국 주간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랴오이우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황홀하다. 마침내 자유를 얻었다”면서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랴오이우는 1989년 천안문(天安門) 사태 당시 희생자를 애도하는 시 ‘대도살’을 발표한 후 반체제 인사로 분류돼 중국 정부의 감시를 받아 왔다. 90년 반혁명 혐의로 수감된 그는 4년간 고문을 당했고 20여명의 동료가 처형당하는 걸 목격했다. 고통에 못 이겨 두 차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도 했다.
그의 대표작은 ‘더 콥스 워커(The Corpse Walker)’이다. 공중 화장실 관리인, 죽은 자의 시체를 고향으로 운송해 주는 사람 등 중국 내 소외된 사람 27명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2001년 대만에서 출간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정부는 이 책의 중국 내 출판을 금지시켰다.
책 출간 이후 중국 정부의 탄압은 더욱 심해졌다. 독일, 호주, 미국에서 열린 문학 축제 참가를 제지당했고, 중국 이외 다른 나라에서 책을 출판하지 말라고 위협했다. 이를 어기면 더 큰 고통이 있을 것이라는 협박도 받았다. 오랜 친구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가 중국 정부로부터 탄압당하는 걸 보면서 랴오이우는 자신에게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직감했다.
올해 초 중동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이 중국까지 미칠 것을 걱정한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랴오이우는 고향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독일에 도착한 그는 식욕도 왕성하고 잠도 잘 자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무일푼으로 독일에 도착했지만 독일 S 피셔 출판사가 그를 돌보고 있다. 출판사는 그의 수감 생활과 중국 정부를 비판한 회고록을 오는 21일 출간한다. 랴오이우는 독일 주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집필의 자유, 출판의 자유다”고 집필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곳에서 환대를 받았지만 정말 있고 싶은 곳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랴오우이는 쓰촨성에 어머니와 여자친구, 두 아들 등을 두고 왔다.
중국 정부는 그가 독일로 망명했다는 소식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그의 고향인 쓰촨성 공안은 랴오이우의 망명에 대해 조사하지 않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