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자 우롱하는 주유소 가격표시판

입력 2011-07-13 21:33

서울시내 휘발유값이 다시 평균 2000원대로 올라섰다. 지난 5월 19일 1999.33원으로 값이 떨어진 지 두 달 만이다. 주유소 기름값은 기본적으로 정유사들에게서 공급받는 가격에 의존하고, 정유사 도매가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동향이나 환율 등에 따라 결정된다. 주유소도 시쳇말로 ‘논 팔아 장사’ 하는 게 아닌 만큼 적정이윤을 챙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주유소들이 값을 올릴 때는 재빠르면서, 내릴 때는 미적대는 이중 행태를 보이고 있는 점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 통계를 보면 정유사 공급가가 100원 인하된 지난 4월 7일 서울지역 주유소들은 휘발유 판매가를 2022.32원에서 1992.82원으로 29.5원 내렸다. 11일 1985.75원까지 떨어진 기름값은 12일에는 1996.80원으로 회복됐고, 14일에는 다시 2000원대로 올랐다. 당시 주유소들의 논리는 “도매가 인하 전 확보한 비싼 재고 물량을 먼저 팔아야 내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가 움직임이 크게 달랐다. 일부 정유사들이 공급가를 20∼40원 높이자 동네 주유소들은 기다렸다는 듯 다음날 가격을 올렸다. 지난 4월의 논리대로 재고물량을 먼저 팔아야 한다면 최소 1∼2주일가량은 시차가 있어야 한다. 하루 인상폭도 15원으로 매우 크다. 100원 인하요인 발생 때는 단 29.5원 내렸고, 가장 많이 내렸을 때 인하폭이 36.58원밖에 되지 않았던 것과 비견된다. 정상적인 가격결정이 아니라 왜곡이 숨겨져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기름값 인상으로 휴가철을 앞둔 소비자들의 불만이 비등하고 있다. 구제역 파동 등을 이유로 음식값을 올려놓고는 산지가격이 떨어졌는데도 환원하지 않은 요식업체들의 행태가 도마에 오른 터여서 불만수위가 더욱 높다. 신선식품에다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주유소 기름값 책정은 자율화돼 있어 사재기를 하거나 담합을 하지 않는 이상 당국이 손을 댈 수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유소들의 가격결정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반칙’이 있었다면 이참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