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式 ‘내신 보정’ 다른 대학으로 확산 가능성
입력 2011-07-13 18:16
고려대 고교등급제 논란은 2009학년도 수시 일반전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대는 당시 전형 과정에서 지원자의 내신등급을 복잡한 공식을 거쳐 보정했다. 이 방식이 특수목적고와 비평준화지역 우수고를 우대한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고려대는 당시 전형 1단계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교과 성적 90%와 비교과 영역 10%를 반영해 정원의 17배수를 뽑은 뒤 2단계에서 학생부 40%, 논술 60%를 반영하는 단계별 전형을 실시했다.
그러나 1단계 전형에서 학생부 성적 때문에 불리할 것으로 여겨졌던 외국어고 학생이 대거 합격하면서 고려대가 복잡한 보정과정을 거쳐 특목고 출신을 우대했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논란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당시 입시에서 떨어진 학생들이 고려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고려대가 특목고를 우대하기 위해 특목고 출신 지원자의 내신등급을 상향 조정하는 바람에 자신들이 탈락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대는 보정공식은 특목고 우대가 아닌 지원자 전체를 대상으로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1심을 맡은 창원지법 제6민사부는 지난해 9월 “학교 측은 위자료 7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생 간 차이를 보정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 방법이나 절차에서 재량권을 벗어난 위법”이라며 고려대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항소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같은 보정 방식을 두고 고교등급제가 아니라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고려대가 지원자 간 과목별 유·불리를 보정한 것이지 고교 등급제를 적용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고려대가 비교과 영역의 배점을 미리 공개하지 않은 것도 자의적인 선발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당연한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내신 보정공식에 특목고를 우대하거나 일반고를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보정 과정에서 떨어진 학생이 있겠지만 이것을 두고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항소심 과정에서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내신성적 산출식의 5가지 상수값도 공개했다. 고려대는 산출 공식을 적용한 결과 소송에 참가한 24명 중 12명의 등급이 오히려 올랐다고 설명했다.
반면 원고 측은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대학의 학생 선발이 더욱 복잡해지고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송을 이끌었던 박종훈 경남교육포럼 대표는 “재판부가 대입의 공정성, 투명성, 예측가능성을 모두 무시했다”며 “판결이 확정되면 대학이 학생을 마음대로 뽑아도 공공의 제어장치가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최종 판결이 확정된 후 고려대에 대한 조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