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이 무너지면 안된다”… 김준규 검찰총장 퇴임사 수사권 문제 유감 또 드러내
입력 2011-07-13 21:50
차기 검찰총장 인선이 임박한 가운데 김준규 검찰총장이 13일 공식 퇴임했다. 퇴임식은 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한 지 몇 시간 만에 바로 진행됐다.
김 총장은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약속도 합의도 지켜지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하지만 원칙이 무너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사의를 밝히면서 한 말과 같다. 김 총장은 국회가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을 수정 의결한 데 책임을 지겠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냈다. 떠나는 순간에도 수사권 문제가 검찰 입장과 달리 처리된 데 유감을 드러낸 것이다.
김 총장은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검찰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고 가혹하기까지 하다”며 “하지만 이 또한 검찰이 지고 가야 할 운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상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순간의 지지에 들뜨지 말고, 순간의 비난에 흔들리지도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벌어진 대검 검사장들의 집단 사의 표명, 검찰총장의 중도 사퇴 등에 대한 여론의 냉담한 반응을 인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김 총장은 “화려하고 의기양양하게 비뚤어진 길을 가기보다 질퍽거리더라도, 쩔뚝거리면서도 바른 길을 가야 한다”며 ‘검찰 개혁’과 ‘쉼 없는 부패 수사’를 강조하며 퇴임사를 마무리했다.
퇴임식에는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차동민 서울고검장,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 박용석 대검 차장, 노환균 대구고검장 등이 모두 참석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협상 책임을 지고 가장 먼저 사의를 표했다가 김총장의 만류로 최근 업무에 복귀한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김 총장의 약력 발표를 맡았다. 수사권 조정 문제가 검찰에 불리하게 전개되자 사실상 총장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했던 검찰이지만 떠나는 김 총장에게는 “미래 검찰의 기틀을 마련한 총수”라며 박수를 보냈다. 대검 청사 현관 전광판에는 ‘총장님 사랑합니다’란 문구가 표시됐다.
김 총장은 다음달 19일까지 임기를 불과 37일 남겨두고 퇴임해 총장 임기제 도입 이후 취임한 16명 가운데 중도 사퇴한 10번째 총장이 됐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