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소신발언 ‘최틀러’, 경제부처 대변인?

입력 2011-07-14 00:36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정부 부처 내에서 ‘좌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최틀러’라는 별명을 가졌던 그는 각종 정부 정책에 대한 대변인 역할은 물론 재계와 다른 정부부처와의 충돌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최 장관은 13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코스닥 상장법인 최고경영자 조찬 세미나’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 몇 가지 오해가 있다”며 물가와 청년실업,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문제 등에 대해 정부를 적극 옹호했다.

그는 “고물가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기인한 것이지 성장 위주의 정책 때문이라는 것은 오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관련, “대기업이 성과 평가를 할 때 납품 단가를 깎아서 생긴 이익은 제외해야 한다”며 “무리하게 단가를 조정하는 임직원은 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최 장관이 고교·대학 선배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과 사사건건 맞붙은 것도 이런 행보의 연장으로 해석된다. 최 장관은 지난달 말 “동반성장위가 혁명적 발상으로 일한다. 오버하지 말라”며 “절대로 동반성장이 정치적 구호나 정치적 입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잠재적인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정 위원장의 행보에게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경제 정책만큼은 누구에게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것이 최 장관의 생각인 듯하다.

지경부가 최근 동반성장 관련 업무를 직접 챙기기 시작한 것도 이 업무와 관련해 정 위원장이 이끄는 동반성장위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최 장관은 자신의 ‘친정’인 기획재정부와도 한때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최 장관은 지난달 30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합동브리핑에서 “유류세는 유가가 130달러 이상 올라가야 검토할 수 있지만, 할당관세는 재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장관이 재정부 업무인 세제 문제에 간섭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고, 할당관세 인하 문제는 좀 더 기다려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게다가 박 장관은 지난 11일 “휘발유 값이 ℓ당 2000원 수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나 불과 하루 만에 서울지역 휘발유 값이 평균 2000원을 넘어서 체면을 구겼다. 최 장관이 지난 4월 정유사들을 압박해 ‘ℓ당 100원 할인’에 이어 최근 기름값 연착까지 이끌어낸 것과 대조적이다.

경제 관료로 잔뼈가 굵은 데다 유난히 소신이 강한 최 장관이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 대학교수 출신인 정 위원장이나 박 장관보다 우위에 서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란 게 관가의 시각이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