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청실·우성2차 1800가구 이주… 대치동發 전세대란 오나

입력 2011-07-13 21:45


강남 대치동 전세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전통적인 학군 수요에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서 인근 전셋값은 최근 한달 사이 5000만∼1억원까지 급등했다. 송파, 성동 등 주변 지역을 시작으로 올 가을 대치동발 전세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치동 청실아파트는 지난 6일, 우성2차 아파트는 지난 7일 각각 이주공고를 냈다. 청실아파트는 재건축을, 우성2차는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데 이주비가 지원되는 다음 달부터 이사 행렬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두 단지를 합하면 이주 수요가 1800가구에 달한다.

대치부동산 관계자는 “대치동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아니더라도 학군 수요 때문에 방학을 앞두고 전셋값이 뛰는데 한꺼번에 2000가구 가까이 밀려오니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라며 “가격이 뛰어도 물건이 부족해 나오는 대로 계약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래미안 85㎡는 3억5000만∼3억7000만원에서 4억2000만∼4억7000만원으로 올랐다. 108㎡는 5억8000만∼6억원에서 최고 6억5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은마아파트 112㎡는 4억1000만∼4억2000만원에서 최근 5억원을 호가한다.

전셋값이 올라도 자녀 교육 등 이유로 대치동에 남으려는 사람들이 많고, 매매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어 가격은 더욱 치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치동 주민은 대부분 자녀 교육 때문에 전입한 사람들이라 평수를 줄이거나 반전세로 옮기더라도 대치동 주변에 있으려고 한다”며 “이주 수요의 90% 이상이 전·월세를 선호하다 보니 전세난이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우성2차는 오는 10월까지, 청실아파트는 12월까지 각각 이주를 마쳐야 해 이때까지 집을 구하지 못한 이주 대상자들이 송파나 성동, 분당·판교신도시 등으로 유입되면서 전셋값 상승을 유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한 달 전 5억2000만원 수준이던 역삼동 e편한세상(106㎡)과 개나리 래미안(109㎡)은 최근 5억7000만∼5억9000만원까지 전셋값이 올랐다. 2000년대 중반 반포·잠실 재건축 단지가 본격적으로 이주를 시작했을 때도 전셋값 상승세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됐었다.

올 하반기 이주 예정인 재건축 단지도 적지 않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신반포 한신1차(727가구), 강동구 고덕주공4단지(413가구), 가락시영1·2차(6600가구)가 올 하반기 이주계획을 세운 상태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대치동은 선호 지역인 데다 최근 재건축·리모델링 이주 수요까지 겹쳐 물량이 많이 부족하다”며 “대치동에서 집을 찾지 못한 이주 수요가 송파나 성동으로 움직이면 올 가을 이사철 때 이들 지역의 전셋값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