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도미노] 정부 “불확실성 워낙 커…” 불안

입력 2011-07-13 22:00

정부는 유럽 재정위기가 높은 전염성을 갖춘 ‘전염병’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아일랜드, 그리스에서 시작한 재정위기가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으로 번지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재정위기 국가들의 최대 채권국인 프랑스와 독일로 번지면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폭탄이 될 수 있다.

전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공포가 금융시장을 장악한다. 환율, 증시가 출렁이면 결국 실물경제에까지 후폭풍이 밀려들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는 유럽 재정위기가 직접적으로 우리 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아직은 ‘불안 심리’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간접적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외국인 채권·증권 투자 동향, 환율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정부도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우려한다. 재정위기가 이탈리아·스페인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 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이 표류하고 있다는 점, 오는 15일 발표하는 유로존(유로화를 단일화폐로 쓰는 국가) 은행 2차 스트레스테스트(위기관리 능력 평가) 결과가 충격적일 수 있다는 점 등은 불안을 현실로 만들기 충분하다고 예상한다.

정부는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되면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물가 불안, 내수 부진이라는 내부 숙제가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재정부 관계자는 13일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는다. 워낙 불확실성이 크다. 관건은 유로존의 버팀목인 프랑스와 독일까지 위기가 전염되느냐 여부”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파국’으로 가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팀장은 “유로존이 유동성을 공급해 최악의 상황을 피할 것으로 가정하면 연말로 갈수록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 이탈리아 재정위기는 일과성 해프닝으로 마무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기의 근본 원인이 완전 해소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채권국들이 파격적으로 빚을 탕감해 주겠다고 하지 않는 한 유럽 재정위기는 해결이 아니라 연장일 뿐이다. 4∼5년 뒤 곪아터지면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찬희 백민정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