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에 상속권 첫 인정…南가족 상대 100억대 유산분배訴
입력 2011-07-13 00:20
북한 주민과 국내에 있는 이복형제·자매 사이의 유산 상속 분쟁에서 북한 주민에게 유산 상속 일부를 인정하는 법원의 조정이 이뤄졌다. 재판을 통해 북한 주민에게 국내에 있는 상속재산의 소유권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판사 염원섭)는 12일 북한 주민 윤모씨 등 4명이 국내에 있는 이복형제·자매 4명과 아버지가 월남 후 결혼한 권모씨를 상대로 “선친의 100억원대 유산을 나눠 달라”는 상속회복 청구소송에서 윤씨 등에게 유산 일부를 나눠주는 것으로 조정이 성립했다고 밝혔다. 지급된 부동산과 현금은 상당한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액수는 당사자 간에 밝히지 않기로 정했다. 이와 별도로 윤씨가 낸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청구 등 신분관계 소송은 계속 진행키로 했다.
앞으로 윤씨 등이 인정받은 유산은 국내 관리위임자에 의해 일정액씩 북한에 보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으로 송금할 수 있는 공식적인 계좌는 없기 때문에 중국 내 은행 계좌를 통해 윤씨 등에게 건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계류 중인 ‘남북주민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해 법무부 장관이 국내에 있는 윤씨 등의 유산을 북한에 보낼 것을 허가해야 가능해진다. 허가 기준은 북한 주민의 생계 및 질병치료 등 인도적 차원에서 필요한가 여부 등이다.
북한 평안남도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윤씨의 아버지는 6·25전쟁이 터지자 큰딸만 데리고 월남했다. 이후 국내에서 재혼해 자녀 4명을 낳고 살다가 1987년 세상을 떠났다. 이후 큰딸은 북한을 왕래하는 미국인 선교사를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을 찾았다. 윤씨 등은 이 선교사를 통해 자신의 모발 샘플, 소송위임장, 영상자료 등을 전달했다. 이를 토대로 2009년 2월 국내에서 윤씨 명의로 ‘전쟁 중 월남한 선친의 친자식임을 인정해 달라’는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청구 소송이 제기됐다.
이어 윤씨 등은 권씨 등이 공동상속한 부친의 100억원대 유산 가운데 부동산 소유권 일부의 이전과 임대료 수입 일부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지난 12월 서울가정법원은 “유전자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할 때 윤씨 등 4명이 고인의 친자식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해 소유권 소송의 전제인 혈연관계를 인정했으며 권씨 측이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