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소유 다른 신문도 도청… 뉴스코프 주주들, 머독 제소

입력 2011-07-12 21:41

루퍼트 머독의 영국 미디어그룹 ‘뉴스 인터내셔널’의 도청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그의 입지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머독이 문제가 된 신문 ‘뉴스오브더월드’(NoW)를 폐간하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지만 11일(현지시간) 뉴스 인터내셔널이 발행하는 또 다른 신문들의 도청 사건이 터져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방송은 이날 ‘선데이 타임스’가 브라운 전 총리의 개인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한 사실을 보도했다. 브라운 전 총리가 1997년 재무장관에 재임하던 시절부터 총리 때까지 10년 가까이 사설탐정을 고용하거나 전화 도청을 통해 금융 및 재산 정보를 빼냈다. 이와 함께 뉴스 인터내셔널에 소속된 또 다른 신문 ‘더 선’도 2006년 브라운 전 총리의 아들이 선천성 유전병인 낭포성 섬유증을 앓고 있다는 의료 기록을 불법으로 입수해 공개한 바 있다.

영국 언론들은 또 NoW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등 왕실 일가의 정보를 불법적으로 거래했다는 의혹도 일제히 제기했다. 이 신문의 왕실 담당 기자가 왕실 경호 경찰에게 돈을 지불하기 위해 회사 측에 비용을 청구한 사실이 담긴 이메일이 뉴스 인터내셔널의 내부 조사로 드러난 것이다.

도청 사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제러미 헌트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장관은 이날 머독의 스카이 위성방송 인수 시도를 경쟁위원회 등 반독점 규제당국의 전면 조사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으로 머독의 미국 내 모회사인 뉴스코프도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NoW가 정보를 얻기 위해 경찰을 매수한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고 여기에 뉴스코프가 관여했을 경우 외국 정부 관리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해외부패방지법(Foreign Corrupt Practices Act·FCPA)’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뉴스코프의 주주들이 12일 머독과 임원들을 상대로 미 캘리포니아주 법정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주주들은 소장에서 “NoW의 도청 의혹이 2005년 처음 불거졌는데도 경영진이 적절한 조사와 감독을 게을리했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