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듣는다-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LTE는 반드시 1위… 2012년 통신사 최초 전국망 구축”

입력 2011-07-12 18:45


이상철(63)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삼국지 마니아다. 등장인물 중에선 제갈량을 좋아한다. 초등학교 시절 세로쓰기로 돼 있던 삼국지를 읽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삼국지 면면에 흐르는 뜻이 ‘인간은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일부분을 장식할 뿐 역사는 흐름대로 간다’는 거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성이면 감천이고 하늘의 뜻도 바꿀 수 있다, 지극히 정성을 쏟으면 이루어진다’는 의미도 담겨있습니다. 그걸 다 이해한 사람이 제갈량인 것 같아요.”

지난 4일 서울 남대문로 LG유플러스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이 부회장은 삼국지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도전’과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LG유플러스가 통신업계에서 만년 3위였지만 LTE(롱텀에볼루션)에서만큼은 1위를 할 겁니다. 완전히 새로운 게임인데, 못할 이유가 없죠”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달 1일부터 서울과 부산, 광주에서 LTE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LTE는 4세대(G) 이동통신기술로 기존 3G보다 무선 인터넷 속도가 5∼7배 빨라 고화질 영상통화, 대용량 콘텐츠 감상 등이 가능하다. 이 부회장은 내년 하반기쯤 LTE가 대중화되면 통신업계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우리는 통신사 가운데 가장 먼저 내년 하반기 LTE 전국망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또 PC 성능의 단말기를 출시하고 HD급 실시간 방송과 영상전화, 네트워크 게임 등 고급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 지금까지는 경쟁사보다 반 트랙 뒤처져 뛰고 있었지만 LTE는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이 부회장은 LG유플러스가 가진 강력한 인프라를 강조했다. 그는 “전국 200만개의 홈(home) 와이파이(무선랜)와 LTE가 합쳐지면 유·무선 통합 100메가(MB) 시대가 열릴 것”이라면서 “이런 인프라를 가지고 1등을 못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통신요금 인하 방안에 대해 물었다. “SK텔레콤과는 다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SK텔레콤은 오는 9월부터 모든 가입자의 기본료를 1000원 내리고 문자 메시지를 월 50건 무료로 제공하는 내용의 인하방안을 지난달 발표했다.

“물론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도 한 달에 1000원 깎아준다면 좋아하겠죠. 하지만 월 100만원 버는 사람과 1억 버는 사람한테 동일한 혜택을 주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요금이 비싸다, 싸다 하는 건 상대적인 거거든요. 통화품질과 서비스가 좋으면 요금을 더 받을 수 있고, 가장 기본적인 것만 제공한다면 획기적으로 내릴 수도 있습니다.”

일률적인 요금 인하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그는 “가입자 90%는 그대로 두고 10%에 대해선 요금을 10분의 1로 내릴 수도 있다”며 “각자 사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중국집에서 자장면으로 통일하는 식의 방안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달 안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제살 깎아먹기 식의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 시장을 ‘비열하기 짝이 없다’고 거칠게 표현했다.

“우리나라는 시장 점유율에 목숨을 겁니다. 경쟁사가 점유율 0.01% 가지고 가는 것도 못 참아요. 그러다 보니 가입자 유치 전쟁이 벌어지고 막대한 보조금이 투입되죠. 그런데 한 해 8∼9조원의 보조금 중 10%만 연구개발(R&D)에 투입하면 어떨까요. 보조금 반만 줄였으면 구글 같은 회사가 나왔을 거라고 이야기하는데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는 “경쟁사가 좋은 단말기 가져가지 못하게 방해하고 보조금으로 가입자 뺏어오기에 급급했기 때문에 IT 강국의 지위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또 다른 화두는 ‘퍼스널라이즈(개인맞춤) 서비스’와 ‘컨버전스(융합)’였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1월 취임하면서 강조한 ‘탈(脫)통신’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는 “모든 IT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고 단말기가 고객의 행태를 분석해서 의료, 교육, 금융 등 모든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마누라 없인 살아도 ‘이것’ 없인 못 살아 하는 기기가 곧 나온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LG유플러스를 늙지 않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기업이 사람보다 일찍 죽어요. 100년간 명성을 이어가는 기업 찾아보기 힘듭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벌써 늙었고 그 유명한 GE도 맥을 못 추고 있어요. 항상 새로운 기업, 그래서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기업이 되려면 끊임없이 변화와 도전을 해야겠죠”

마무리는 역시 변화와 도전이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