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노점상·재래시장 “어찌 먹고 살라고…” 날마다 雨雨 서민들 憂憂

입력 2011-07-12 21:49


올 장마가 유난히 길어지면서 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건설업 일용직, 노점상 등 바깥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저소득층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노점상이 모여 있는 서울 청량리역 주위에는 문 닫은 노점상이 많았다. 장사를 하는 곳은 비닐 등으로 비가 들이치지 않게 막아 놓은 가게뿐이었다.

국수 등을 팔던 한 포장마차 주인은 “포장이 없는 노점상은 며칠째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가게를 열어도 장사가 안 돼 답답하다”고 말했다.

재래시장도 장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비가 내리면 주부들이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됐는데, 날씨마저 안 좋아 폐업할 위기라고 걱정했다.

신촌 홍대 강남 등 번화가에서 잡화 등을 파는 상인들도 울상이다. 서울 신촌동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서모(33·여)씨는 “주말이나 퇴근 시간에도 시민들이 실내에서 데이트할 수 있는 복합 쇼핑몰이나 백화점만 찾는다”며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주기도 어려워 장마기간에는 장사를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청량리 청과물 시장 과일가게인 ‘종우상가’ 앞에는 주인을 못 만난 수박 50여통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사장 윤원희(73·여)씨는 “일주일 동안 수박 한 통밖에 못 팔아 미리 사놓은 수박이 썩어가고 있다”면서 “이제 비가 그쳐도 맛이 떨어진 상태여서 어디 팔 수도 없고 걱정”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서울 영등포시장에서 야채 등을 파는 김모(45)씨는 “장마와 태풍이 일찍 찾아와 도매가격이 지난해보다 30∼40%는 올랐다”며 “비싼 가격에 물건을 가져다 놔도 손님이 없어 피해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 현장에서 하루 일당으로 먹고사는 공사장 인부들도 하루속히 날씨가 개길 기다리고 있다. 건설 인부에게 일자리를 소개하는 서울 가리봉동 남부인력의 이효정 실장은 “일거리가 맑은 날 대비 50%, 예년 장마 때와 비교해도 20% 정도 떨어졌다”면서 “주 5∼6일 일하던 사람들이 3일도 일을 못하니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마무리 내장공사 등 비와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실내 공사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 신설동의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내부 공사는 원래 일자리가 적은 데다 비 때문에 일감이 없는 사람들까지 몰려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며 “장마기간 내내 한 푼도 벌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순번을 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글=이선희 유동근 기자,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