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정복 유소연, 탄탄한 기본기로 꿈을 쏘다

입력 2011-07-12 21:35


‘차세대 대표주자는 바로 나!’

한국선수끼리 메이저대회 첫 연장전을 벌인 제66회 US오픈여자골프대회에서 유소연(21·한화)이 이 대회에 특히 강한 한국선수의 전통을 이어갔다. 전날 서희경에 1타 뒤진 채 일몰로 경기를 마치지 못한 유소연은 이날 속개된 경기에서 마지막 18번 홀에서 천금같은 버디를 낚아 연장전에 들어간 뒤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은 이 대회에서 모두 5명의 챔피언을 배출했을 뿐 아니라 1988년 구옥희 우승을 시작으로 LPGA 투어에서 통산 99승을 달성해 대망의 100승에 1승만을 남기게 됐다.

한국여자골퍼들이 긴 코스길이와 더불어 가장 어렵게 세팅된다는 US여자오픈에서 유독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여자 대회에선 파72에 전장 6500야드 정도만 돼도 긴 코스로 여겨지는데 이번 대회코스는 파71에 전장 7047야드로 설계됐다. 연장전에서 두 선수의 운명을 가른 17번 홀은 무려 600야드나 된다. 물론 고지대에다 내리막이어서 비거리가 멀리나간다고 하나 긴 러프와 유리알 그린은 또 다른 복병이었다. 결국 이 대회 우승의 관건은 비거리가 아니라 정교함이었다. 한국선수들은 비거리 대신 탄탄한 기본기와 정교함을 갖췄기 때문에 US여자오픈에 특히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특히 계절적으로 거의 매년 악천후에서 열리는 대회 특성상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인내와 꾸준함이 없으면 좋을 결과를 얻기 힘들다. 한국선수들은 훈련과정에서 독할 정도의 인내심을 배운다.

12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지난주 40위에서 19계단 오른 21위로 수직상승한 유소연은 “한국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로스앤젤레스로 가 1주간 연습할 계획”이라며 “그 다음에는 21일 프랑스에서 개막하는 LPGA 투어 에비앙 마스터스에 출전한다”고 말했다.

LPGA 투어 정식 멤버가 아닌 유소연의 깜짝 우승은 올 시즌 상반기가 다 지나도록 우승 소식을 전해주지 못한 LPGA 한국 군단에 확실한 자극제도 될 전망이다.

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은 매년 투어를 장악했지만 올 들어서 유소연 우승 이전까지는 단 한 차례도 승수를 챙기지 못하는 부진에 빠졌었다. 특히 새로운 골프여제로 떠오른 대만의 청야니가 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기세를 올리자 한국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유소연의 우승은 또 그동안 스타플레이어 부재로 인기가 떨어진 국내 여자 프로골프계에 단비가 됐다. 국내 1인자로 군림했던 신지애(23·미래에셋)가 2009년 미국 무대로 떠나고 그 바통을 이어받은 서희경도 올해부터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다. 신지애와 경쟁했던 안선주(24)와 지난해 상금왕 이보미(23·하이마트) 등 다른 실력파 선수들도 일본 무대에 진출하면서 올해 국내 대회에서는 절대 강자가 없는 혼전 양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유소연의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이런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무대를 정복한 유소연이 하반기부터 국내 무대에 복귀하면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흥행과 판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