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학업성취도평가, 일제히 치렀는데… 결시생 줄었지만 현장 갈등은 진행형

입력 2011-07-12 21:50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가 12일 전국 1만1544개 초·중·고 전체에서 치러졌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번 학업성취도평가에도 시험에 반대해 체험학습에 참가한 학생 등 총 187명(교과부 집계)이 미응시했다. 이틀간 치러진 지난해 시험 첫날 미응시자가 436명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목소리와 교육 현장의 갈등은 여전하다.

◇4년째 되풀이된 갈등=교과부는 체험학습 참가와 등교 후 시험 거부 등으로 인한 미응시 학생 규모가 187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미응시 학생이 많은 지역은 경북 34명, 전북 32명, 서울 29명, 경기 25명, 경남 22명, 전남 16명 등이었다. 대전 울산 강원 제주도 등은 미응시자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학업성취도평가는 초등 6학년, 고2 학생은 국어 수학 영어 3과목을, 중3 학생은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를 평가한다. 평가 결과는 9월 중 학생들에게 개별 통지된다. 이후 11월 중 학교별 응시 현황과 3단계(보통학력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 성취수준 비율 및 전년 대비 향상도가 학교알리미 사이트에 공시된다.

올해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일부 교원·학부모 단체는 학업성취도평가가 학교 서열화와 학사 파행을 부추긴다며 반발했다. 전교조와 ‘일제고사 반대 시민모임’은 이날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일제고사 실시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진보교육감이 이끄는 교육청도 대체프로그램을 운영하지는 않았지만 학업성취도 평가에 불만을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업성취도 평가 직후 성명을 내고 “현행 방식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초래하는 획일성과 정답중독증을 심히 우려한다”며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재고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시험을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과 대체 프로그램 운영을 보장하려는 일부 시·도교육청과 교과부가 갈등을 빚었다.

◇기초학력 상승 Vs. 교육 파행=교과부는 학업성취도 평가의 중요성을 점차 강조하고 있다. 교과부는 성적 향상도에 따라 시·도교육청 평가나 학교성과급에 반영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 학생 개인에게 제공되는 성적 정보도 세분화했다. 성적표에 전국 평균과 학생 개인의 점수를 막대그래프에 점으로 찍어 제공해 수험생 위치가 전국에서 어디쯤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2008년부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표집형 시험에서 전수평가(일제고사)로 바뀐 이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2008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중학생은 10.2%, 고교생은 8.9%였으나 2010년에는 중학생 5.6%, 고교생 4.0%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또 학습부진아 지원이라는 원래 목적에 맞춰 학생의 시험 부담도 줄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과부 신익현 교육정보기획과장은 “올해부터 초등학생 평가과목을 국어 영어 수학 세 과목으로 줄였고 초등학교는 학업성취도평가 성적을 학교 및 시·도교육청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며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업성취도평가 반대 측에서는 전수평가로 학교·지역 간 서열화, 수업 파행, 문제풀이식 교육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한다.

전교조가 지난 6일 공개한 ‘일제고사 파행 전국사례’에 따르면 경기도의 A초등학교에서는 지난해 말 5∼6학년 학급을 편성할 때 성적순으로 하위 학생들을 한 반으로 편성해 일제고사에 대비토록 했다. 경북 B초등학교는 학생에게 2만∼5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내걸고 성적향상을 독려했다. 다른 시·도에서도 일제고사 대비 0교시 수업, 수업시간에 일제고사 문제풀이가 나타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손충모 부대변인은 “일제고사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 파행 사례가 나타나는 이유는 평가 결과로 학교 간 다양한 차별을 조장하기 때문”이라며 “학교장경영평가나 학교평가, 성과급에 영향을 미치는 교사평가 등에 일제고사 성적을 반영해서 교사와 학생, 교육청을 옥죄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