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사람-‘脫호남’ 선언한 김효석 의원] “MB정부 상징 인물과 승부하고 싶다”

입력 2011-07-12 21:54


호남 3선인 민주당 김효석 의원(전남 담양·곡성·구례)의 전격적인 수도권 출마 선언이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말 그대로 기폭제다. 민주당 내에서는 종전 간헐적으로 나오던 ‘호남 물갈이론’이 증폭되는 모습이고, 한나라당에도 불씨가 옮겨 붙어 ‘영남 물갈이론’으로 점화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의원의 결정에 다른 사정 또는 계산이 있는 게 아니냐며 이런저런 의심의 눈초리도 보낸다. 12일 국회에서 김 의원을 만나 그를 둘러싼 여러 설왕설래에 대한 입장을 물어봤다.

-수도권 출마 선언하고 나서 반응들이 어떤가.

“너무나 과분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사무실로 전화가 아주 폭주하고 있다. 당원들이나 일반 시민들이 전화해서 ‘우리 지역으로 오라’고 한다. 지역 주민 몇 만명의 서명을 받아오겠다고 하는 분도 있다. 허허.”

-그런데 김 의원의 지역구 내 입지가 안 좋아서 옮기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내 고향이 장성인데 18대 총선 때 지역구 조정으로 담양·곡성·장성이었던 지역구에서 장성이 떨어져 나가고 담양·곡성·구례로 조정됐다. 그래서 아마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장성이 그대로 유지됐다고 하더라도 내 결정에는 아무 변함이 없을 것이다. 현 지역구에서 사실 내가 끝까지 고집하면 (경쟁자로 누가 나와도) 나를 이기기 어렵다. 내가 16대 총선 때 전국에서 최고 득표율(92.4%)을 기록했다. 17대 때는 탄핵열풍이 불어 민주당에서 전국적으로 겨우 5명 당선됐는데, 그중 1명이 나다. 18대 때는 말할 것도 없다.”

-수도권이 선거하기 쉬워져서 옮기려고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미 18대 총선 때부터 수도권에서 출마하려고 했었다. 그때는 수도권에서 야당이 선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굉장히 어려웠다. 그러나 당시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변호사)을 만나서 ‘나라도 서울에 와서 싸우겠다’고 했다. 그런데 당내 속사정이 있어서 내 요구가 수용이 안 됐다(김 의원은 그 속사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지만, 관계자들 명예가 훼손될 수 있어 기사에는 밝히지 않는다).”

18대 총선 때 김 의원의 수도권 출마 의사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니 박경철 당시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 홍보간사의 인터뷰 기사가 있었다. 기자가 “공천심사하면서 좋게 기억되는 정치인도 있나요”라고 묻자 박씨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김효석 의원이요. 호남 출신 유력 정치인들에게 서울 출마 의사를 물어봤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김 의원은 ‘정치적으로는 죽음이나 당의 명령이면 따르겠다’고 하더군요. 갑자기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내년 총선 때 염두에 두고 있는 수도권 지역구는 어디인가.

“세 가지 기준을 갖고 있다. 첫째, 민주당이 잃어버린 텃밭이 많은데 실지(失地) 회복을 할 수 있는 지역을 택하려고 한다. 둘째, 서울 선거에는 남북벨트, 강북벨트, 강남벨트 등이 있는데 그 벨트의 거점이 되는 지역에서 출마해 바람을 확산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다. 셋째는 기왕이면 이명박 정부에서 상징성이 있는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하고 싶다. 한 달 안에 결정하겠다.”

당내에서는 김 의원이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을, 정몽준 전 대표의 동작을, 그리고 이재오 특임장관의 은평을 중 한 곳에 출마하려고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라는 대승적인 차원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큰 꿈, 정치인으로서 업그레이드하려는 야심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그렇다. 호남에서 한 번 더 하는 것보다는 수도권에서 의미 있는 싸움을 통해 새로운 정치인생을 걸어보고 싶다. 18대 총선 때 서울에 와서 어려운 지역에서 당선됐으면 서울시장 후보로 우선적으로 거론됐을 것이다. (서울시장의) 꿈을 갖고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다른 호남 중진의원들의 연쇄적인 이동 가능성이 있을까.

“다른 분들까지 압박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내가 자꾸 ‘호남 중진 차출’ 하고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본인들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