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끄는 월지급식 펀드 성과는 변변찮다

입력 2011-07-12 17:58

펀드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월지급식 상품이 성과가 변변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3%에도 미치지 않는 수익률을 보여 원금 손실 가능성마저 커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월지급식 펀드에 대해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월지급식 펀드는 목돈을 맡기고 일정 금액을 월급처럼 지급받는 신개념 금융상품이다. ‘베이비부머(1955∼63년생)’들의 대량 은퇴를 겨냥해 지난해부터 많은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11일 현재 월지급식 펀드 전체 설정액 6151억원 가운데 68.47%인 4212억원이 올해 유입됐다. 월지급식 펀드는 나이 제한이 없다는 점, 가입한 다음 달부터 바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등이 좋은 반응을 얻어 압축펀드와 더불어 올 상반기 최고 인기상품으로 꼽혔다.

하지만 월지급식 펀드는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12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0일까지 월지급식 펀드 11개의 평균 수익률은 2.76%에 머물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가 7.21%의 평균 수익률을 기록한 것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낸 ‘칸서스뫼비우스200인덱스증권투자신탁1(주식)’조차 5.57%의 수익률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치를 밑돌았다.

주식형보다 더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채권혼합형 월지급식 펀드 역시 성과가 변변찮았다. ‘아이메자닌II증권투자신탁1(채권혼합)’은 3.00%,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채권 재간접형)’은 4.7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노후를 위해 안정적인 투자 수단이라는 증권사들의 광고와 달리 불안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래의 수익을 앞당겨 매달 분배금으로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좋지 않으면 원금마저 깎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지급식 펀드는 매달 투자원금의 0.5∼0.7%, 1년 단위로는 6.0∼8.4%를 분배금으로 지급한다. 펀드 수익률이 6.0∼8.4%를 웃돌아야 원금을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의 수익률이 평균 3%에도 미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월지급식 펀드의 안정성은 위태로워 보인다. 원금이 줄기 시작하면 원금을 기준으로 한 매달 분배금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월지급식 펀드시장에 이와 같이 이상기류가 형성되자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세심한 투자를 당부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형 월지급식 펀드는 미래에 발생할 수익을 미리 나눠주는 것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성격을 띤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내면 원금마저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월지급식 펀드는 아직 상품종류가 많지 않고, 설정액도 적어서 투자하기 이를 수 있다”며 “월지급식 펀드에만 투자하는 것보다는 여러 펀드에 분산투자하는 재테크 방법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