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사무총장 김정권… 유승민·원희룡 “인정못해” 반발

입력 2011-07-13 00:31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12일 23개(24명) 당직 인선안 의결을 강행했다. 내분을 빚었던 사무총장에는 홍 대표 뜻대로 김정권 의원이 임명됐지만, 유승민·원희룡 최고위원이 “정치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인선안 의결 강행=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선 ‘김정권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막판 대치가 이어졌다. 고성이 회의장 밖으로 새어 나올 정도로 분위기는 험악했다.

유·원 최고위원이 “(인선안 의결을) 왜 당당하게 하지 않느냐. 캠프 인사도 안 되고, 매관매직도 안 된다”고 홍 대표를 타박하자, 홍 대표는 “그럼 ‘청와대(에서 주문한) 사무총장’을 또 (임명)하란 말이냐. 내가 최고위에서 논의하겠다고 청와대에 당당하게 통보했다”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결국 전원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홍 대표는 의결을 강행했고, 유·원 최고위원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유·원 최고위원을 제외한 황우여 원내대표, 나경원·남경필 최고위원,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4명이 ‘사무총장이 공천 전횡을 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명시한다’는 조건으로 동의해 사무총장 인선안은 만장일치로 처리됐다. 최고위원들은 김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국민경선제 도입, 현역의원 평가를 위한 공정한 기준 마련. 예측 가능한 공천 일정 수립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1, 2 사무부총장과 여의도연구소장 등 4개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인선안도 두 최고위원이 항의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동안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계속되는 반발=회의장을 나온 유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사무총장은 3선으로 계파색이 옅은 분이 맡아야 한다”며 “표결을 강행해서 발표한 사무총장은 정치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최고위원은 “홍준표식 사당화의 첫 단추가 끼워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리 법조인만 모인 당이라고 해도 합법성만 따지면 과거 쿠데타나 유신은 뭐가 문제가 되나. 정당성에 입각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전례 없는 의사결정 강행에 전례 없는 사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사람이 ‘당무 거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원 최고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강경대응을 위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당무를 거부할 생각은 없다”며 “유 최고위원과 행동 통일을 위해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도 “당무 거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번 인선으로 앞으로 당무나 공천에서 불공정한 일이 생기면 홍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직에 임명된 일부 인사들도 사전에 논의가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홍보기획본부장에 임명된 심재철 의원은 “3선인 내가 재선인 사무총장 밑에서 일할 수 없다”며 “홍 대표에게 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꿋꿋한 홍 대표=그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헌상 (한나라당 지도부는) 순수 집단지도체제가 아닌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다. 당 운영은 홍준표 중심으로 한다”며 인선안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특히 측근을 사무총장에 임명한 이유에 대해 “사무총장에 친이명박계를 임명하면 언론에 ‘친이계의 부활’, 친박근혜계를 임명하면 ‘친박계 당 접수’라고 나올 것”이라며 “3선 이상에서 계파색이 옅은 분을 찾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저도 안상수 대표 시절 당직 인선에 불만을 갖고 최고위에서 퇴장했지만, 다음날 한마디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또 “18대 총선 공천을 반면교사로 삼아 향후 공천에 우려가 없도록 하겠다”며 “유·원 두 최고위원을 앞으로 자주 많이 만나겠다”고 말했다.

노용택 유성열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