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국정조사 제대로 실시할 의지 있나
입력 2011-07-12 21:42
저축은행 비리에 관한 국정조사를 앞두고 여야가 따로 마련한 증인 명단은 실망스럽다. 서민들의 얇은 주머니를 털어간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여야가 국정조사를 제대로 시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검토 중인 국정조사 증인들은 무려 190명을 넘는다고 한다. 정말로 이들이 모두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된 증인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인지, 특정인을 망신주려는 의도는 없는지, 또 이들을 다 부를 경우 국정조사가 제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또 누구를 증인에서 제외할지를 놓고 여야 간에 지루한 줄다리기가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여야가 거론한 증인들 면면을 보면 국정조사가 정파적 이해관계의 틀 안에서 지지부진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당이 한때나마 이명박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한 점이 대표적 사례다.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할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저축은행 비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증인에 포함시키려는 것은 정치공세라고밖에 볼 수 없다. 민주당이 이 대통령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명단에 넣은 것도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한명숙 전 총리,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앞선 정부의 거물급 인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국정조사 기간 야당은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라는 점을, 여당은 전 정부 책임론을 각각 부각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이전투구가 벌어지면서 저축은행 비리 규명이라는 본질은 뒷전으로 밀려날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지난 5월 31일 여야가 국정조사에 합의했을 때에도 과거 국정조사처럼 용두사미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이래선 안 된다. 피해를 입은 서민들은 아직도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여야가 지금부터라도 저축은행 비리의 근본적 원인을 밝혀내고, 제도적·정책적 보완책을 강구하는 일에 매진하기를 권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