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장기체납 1조7455억에도… 공단, 부담금 환수는 수년째 ‘뒷짐’

입력 2011-07-12 21:52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료를 장기 체납한 지역가입자 관리를 부실하게 하고 있다. 체납기간 동안 공단에서 지급한 진료비를 환수하겠다고 압박해 밀린 건보료를 내게 할 수 있는데도 수년간 방치한 것이다. 건보 제도 안정화 책임을 저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건보료를 체납해도 병원이나 약국에 가면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6개월 이상 내지 않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민건강보험법은 체납기간 중 지급된 건보 부담금을 부당이익금으로 보고 공단이 환수할 수 있게 했다.

이 제도는 성실히 건보료를 납부하는 국민을 보호하고 건보 재정도 절감하기 위해 도입됐다. 6개월 이상 장기 체납자에게 병원비 등으로 지급되는 건보 부담금은 연평균 4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공단은 수년 동안 손놓고 있다. 밀린 건보료에 그동안 받은 건보 혜택까지 토해내야 하는 체납자의 거센 저항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건보 부담금 환수 규정이 강제 조항이 아닌 임의 조항인 것도 핑계거리가 됐다. ‘과거 추진 내역을 알려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공단 측은 “실적이 없다”고 했다가 “내부 자료라서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건보공단은 환수작업을 서둘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단은 12일 “이르면 13일부터 6개월 이상 건보료 장기 체납자 중 진료기록이 있는 사람에게 건보 부담금 환수 계획을 통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상자는 111만 가구 170만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지급된 건보 부담금은 2006∼2010년 2조1131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단 관계자는 “건보 부담금 환수가 주요 목적이 아니다”며 “체납한 보험료를 자발적으로 내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6개월 이상 장기 체납자가 미납한 건보료는 지난 5월 말 현재 1조7455억원이다. 공단은 이번 조치로 수천억원의 체납 보험료가 걷힐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공단은 건보 부담금 환수 대상자 중 생활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건보료를 장기 체납한 취약계층의 경우 밀린 건보료를 24회까지 분할 납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