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 ‘맘대로 약관’ 손본다

입력 2011-07-12 22:02


이용자에게 부당한 책임·의무를 강요하던 노인요양시설 41곳이 된서리를 맞았다. 이들은 요양기간 중 불의의 사건·사고(부상, 사망)가 발생해도 시설에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각서를 요구해 왔다. 계약서에 노인 요양환자가 월 이용료를 1회 이상 미납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는 등 횡포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노인 요양환자에게 불리한 약관조항을 적용해온 서울·경기지역 41개 노인요양시설에 계약서 약관의 시정을 지시했다고 12일 밝혔다. 공정위는 서울·경기지역 116개 중소 요양시설(입소 정원 30∼50명)의 계약서 실태를 조사했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41개 노인요양시설은 사업자 책임을 무조건 면제시키고,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계약서 약관을 만들어 이용해왔다. 시설에 들어오는 노인 요양환자가 대부분 노인성 질환을 갖고 있는데다 질병 악화, 상해 등 사건·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유였다.

공정위는 “보험공단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시설 운영자가 당연히 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시설종사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따른 부상, 약을 잘못 투여하거나 상한 음식을 제공해 입소자가 건강을 상하게 된 때 등에는 시설이 배상할 의무를 지도록 했다.

또 월 이용료 1회 체납 시 계약 해지’ 조항은 상당한 기간을 두고 납부를 재촉한 뒤에 계약을 해지하도록 해 노인 요양환자들이 갑자기 시설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했다.

공정위 이순미 약관심사과장은 “보건복지부, 사업자 등과 협의해 노인요양시설 관련 표준약관을 만들어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인요양시설은 정부가 요양비용의 80%를 지원해주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2008년 1717곳에서 지난해 3751곳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이용자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9만명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