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행복한 그림(Memory)

입력 2011-07-12 18:01


그림을 그리는 이가 행복하다면 그림을 보는 이도 행복할 것이다. 대구 영남화파 구상회화의 맥을 잇는 김대섭 작가는 아련한 기억들을 캔버스에 옮긴다. 유년시절의 정서와 단편들이 작품의 자양분이 된다. 산과 들, 모래땅 일구며 사는 주변 사람들, 형형색색의 생명체를 화폭에 채워 넣는다. 병아리와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 들판 수풀 사이로 고개를 내민 호박, 냇가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사랑을 나누는 토끼 한 쌍….

복잡했던 화면을 간단한 면 분할로 나누고 단색에 가까운 최소한의 색을 큰 화면 가득 채우는 문인화풍의 그림은 채움과 비움의 미학을 보여준다. 복잡다단한 세상살이에서 한 발 물러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현대 도시인의 심경을 대변한다고나 할까. 자연을 진정 사랑하는 삶 속에서 부르는 해맑은 영가와도 같다. 경기도 수원의 선화랑 레지던시에서 작업하는 작가의 행복한 그림들이 행복한 추억을 선사한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