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림교회 김영철 집사 “2001년 장마 때 새벽 전화받고 집에 물 차는데 교회로 뛰어”

입력 2011-07-12 17:45


장마철이 아니라 ‘우기’라 부를 만큼 연일 장대비다. 여기에 게릴라성 폭우까지 쏟아질 때면 머릿속에 집과 가족 걱정이 스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크리스천 중에 “우리 교회는 무사한가?” 떠올리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 놓고 있다는 의미일 거다. 요즘 특히 동분서주할 교회 관리집사들, 그중에서도 오래된 건물을 20여년간 돌봐 온 두 집사를 만나 보았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는 영성을 이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다.

12일 오전, 서울 신림동 성림교회(진용훈 목사) 김영철(59·사진) 관리집사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본당 뒤편 천장에서 물이 새는 것을 확인하고 양동이를 받친 뒤 바로 옆 찬양대 연습실로 가 물이 스민 벽면에 수건을 댄다. 빗발을 온몸으로 맞서며 교회 지붕에 올라 빗물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를 살피지만 여의치 않은 듯 고개를 젓는다.

“오래되다 보니 고장 난 곳이 많아요.” 빗물을 닦아내며 말하는 김 집사의 표정은 마치 친한 친구가 노쇠해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듯했다.

40년 된 건물을 22년간 관리해 오면서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2001년 장마 때 일이다. “새벽에 전화가 왔는데 전도사님이 사무실 바닥에 물이 차고 있다는 거였어요. 일어나 보니 집에도 물이 차고 있었지만 우선 교회로 뛰어갔지요.” 당직 전도사 둘이 사무실에 갇혀 있었다. 창문을 깨고 겨우 그들을 구출했다.

그때 교회가 신림동 수재민들을 받아 숙식을 제공한 일을 김 집사는 “무척 보람 있었다”고 기억했다. 교회 살림에 밝다 보니 수재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들을 발 빠르게 찾아줄 수 있었다는 것.

김 집사는 본래 교회에서 ‘만능 재주꾼’으로 통한다. 고장 난 물건 수리부터 급하게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일까지 척척 해주기 때문이다. 교회 차량 운전까지 맡아 한다. 철공소, 목공소, 염색공장과 택시기사까지 두루 거친 경력을 전하며 “하나님께서 저를 이 일에 쓰시려고 훈련시키셨나 보다”고 했다.

그는 관리집사 일을 잘 감당하는 비결을 ‘바보 되기’라고 했다. “물론 일하다 보면 얼굴 붉힐 일도 있지요. 그때마다 나도 저 사람도 모두 하나님의 형상이 아니냐고 생각해요.”

어느새 똑똑 떨어진 빗물로 양동이가 가득 차 있다. 양동이를 들어 옮기며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이 교회는 하나님이 주신 제 친구예요. 이렇게 좋은 친구를 섬길 수 있다니, 저처럼 복 받은 사람이 또 있겠습니까?”

이사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