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12년 성장률 1%대 전망”… 세계경제 다시 ‘먹구름’ 드리우나
입력 2011-07-11 21:24
미국 고용시장 회복 강도가 예상보다 훨씬 미약하다는 지표가 이어지고 있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의 내년 성장률이 1% 초중반으로, 유로존은 1%에도 못 미칠 가능성을 시사했다. 향후 세계경제의 암운이 더 짙어질 공산이 크다는 진단이어서 국내 경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국제금융센터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루비니 교수는 지난 1일 전 세계 투자자들과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콘퍼런스 콜에서 내년 미국과 유로존 등 선진국 경제성장률이 시장 평균 예상치(컨센서스)보다 1% 포인트 이상 줄어들 가능성을 제기했다. 루비니 교수는 “우리가 내놓은 정량적 분석(통계수치에 따른 분석)보다 정성적 분석(수리적 계산 외에 질적인 현안 분석을 가미한 것)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루비니 교수가 설립한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RGE)는 내년 미국 성장률을 각각 2.7%, 2.6%로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 전망대로라면 미국 성장률이 내년에 1% 초반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 유로존의 경우 IMF와 RGE가 1.7%, 1.6%를 예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성장률은 1%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루비니 교수는 “올해 회계연도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해 미국 정부가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직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세계경기 둔화 예상이 나온 것은 올해 미 경기 회복세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고용시장의 회복세는 암울한 상황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새로 생긴 일자리가 농업 부문을 제외하고 1만8000개에 그쳐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의 예상치인 9만∼10만5000개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게다가 6월 실업률은 연중 최고치인 9.2%를 기록했다. 고용지표만 보면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미약하고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미국 고용지표에 대해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다”며 “6월 고용지표의 충격은 제조업지수 개선으로 고조됐던 안도랠리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고용지표가 다른 지표보다 늦게 개선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도한 우려는 피해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대우증권 서대일 연구원은 “미국 고용지표는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지만 미국 기업 이익이 확대되고 있어 고용경기에 대한 체감경기는 양호한 수준”이라며 “당분간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미국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최근 ‘해외경제포커스’ 보고서를 통해 “고용 사정이 악화되면서 경제 위축과 고물가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하의 고물가)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중동 등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되지 않는 한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고세욱 이경원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