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시대… 즉석만남 주선 앱 ‘북적’
입력 2011-07-11 18:25
회사원 박유진(28·여)씨는 친구의 권유로 지난달부터 ‘두근두근 우체통’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이용하고 있다. 랜덤으로 ‘수취인불명’의 쪽지를 주고받는 이 앱을 통해 처음으로 외국 친구를 사귀게 된 박씨는 이번 여름 배낭여행 때 숙소 대신 외국 친구가 사는 스페인 집에서 신세를 지기로 했다. 박씨는 “처음엔 외국에서도 랜덤으로 쪽지가 와 생소하기도 했지만, 중학교 때 월간지 뒤편에 나와 있는 펜팔광고 생각이 새록새록 나더라”며 “앱을 통한 만남을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가게 돼 신기하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두근두근 우체통’ ‘살랑살랑 돛단배’ 등 스마트폰 앱을 통해 불특정 다수와 친분을 쌓은 뒤 오프라인으로까지 만남을 이어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두근두근 우체통’과 ‘살랑살랑 돛단배’는 회원가입이나 친구등록이 필요 없다. 앱을 설치하고 바로 엽서를 띄우면, 누군가에게서 답장이 오고 상대방과 엽서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는 새로운 형태의 SNS(Social Network Service)다. 1㎞ 반경에 있는 불특정 다수의 사진을 검색한 뒤 대화를 주고받는 ‘하이 데어(Hi! There)’나 ‘후즈 히어(Who’s here?)’보다 더욱 익명성을 강조한 앱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 메일을 주고받고, 직접 만남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교제방식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나는 방법이 더 간단해진 반면, 발송되는 메시지가 ‘수취인불명’인데다 ‘하이 데어’처럼 사진조차 공개되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에 부작용도 적지 않다. 특히, 상대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자칫 범죄에 노출될 우려도 크다. 자신의 성별을 속인 채 대화를 해봤다는 대학생 송모(26)씨는 “내 자신이 ‘가면’을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나처럼 성별을 속이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룸살롱 등 유흥주점에서 오는 스팸메시지는 물론 ‘조건만남’이나 불륜을 조장하는 등 범죄의 새로운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벌써부터 인터넷에는 “노골적으로 만나자는 여성들이 많다” “집에 있는데 난데없이 음란성 메시지가 날아와 곤혹스러웠다”는 글들이 적지 않다.
특히 음란성 메시지나 룸살롱 광고가 청소년에게까지 무차별로 발송되면서 탈선을 조장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자는 약 80만명으로 올해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관련 당국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규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