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STX,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 논란… “사업 다각화” 야심찬 목표 시장은 “시너지 효과 미미”
입력 2011-07-11 21:39
SK텔레콤과 ㈜STX가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대기업들의 사업다각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들의 사업다각화가 과거 대기업들의 폐해로 지목됐던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통신회사인 SK텔레콤과 해운·조선 회사인 STX와 하이닉스의 반도체가 업종 연관성도 떨어져 시너지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래 먹거리 찾겠다” vs “문어발식 확장”=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에는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SK텔레콤 측은 11일 “사업 다각화, 이동통신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반도체 사업 기반 글로벌 기업 도약 등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STX그룹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해운·조선 위주의 사업구도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STX 측은 “해운과 조선 의존도가 90%인데 리스크가 있어 오래전부터 이를 다변화할 필요성을 느껴 왔다”면서 “해운·조선 등의 의존도를 40∼50% 떼어내고 반도체 쪽으로 간다면 리스크는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앞서 지난 2월 그룹 차원에서 엠텍비젼과 공동 출자해 중국 선전에 시스템 반도체 전문 업체 SK엠텍을 설립했다.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2013년 기준 2313억 달러 규모로 성장해 전체 반도체 시장의 82%에 이를 전망인데, 하이닉스는 시스템 반도체 위탁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어 SK엠텍이 설계, 하이닉스가 생산을 하는 수직 계열화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하이닉스 인수전이 대기업에 만연돼 있는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미 통신 분야에서는 ‘융합’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이종업종 진출이 진행 중이다.
KT는 2015년까지 비통신 분야 매출 비중을 전체의 45%까지 높일 방침이다. KT는 지난해 6월 국내 대표적인 렌터카업체인 금호렌터카를 인수했으며 최근엔 BC카드 인수절차도 진행 중이다.
또한 2007년 7개 계열사를 갖고 있던 현대중공업은 2008년 하이투자증권(옛 CJ투자증권) 인수 등을 통해 계열사가 21개로 200%나 늘었고, STX 역시 같은 기간 계열사가 11개에서 21개로 90.9%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무분별한 인수를 추진할 경우 부작용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재계 11위에서 8위로 뛰어올랐으나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와 맺은 옵션 때문에 대우건설을 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화그룹도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 인수 무산으로 이행보증금 3150억원도 고스란히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시너지 효과도 의문=업계에서는 하이닉스에 반도체 생산라인 1개를 새로 설치하는 데 3조∼4조원가량의 투자가 필요한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수출 1위 전략산업인 반도체가 공적인 성격이 강한 데다 업황이 좋지 않을 경우 새 주인의 투자비용 지원이 필수라는 게 금융권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의 통신과 반도체 간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투자증권 양종인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통신과 연관성이 적은 반도체 사업에 투자해 얻는 시너지효과가 미미하다”며 “특히 반도체 산업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익 변동성이 크다”고 말했다.
STX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세계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한 해운·조선사업 위주의 STX가 역시 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반도체사업을 할 경우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정적인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SK텔레콤과 STX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SK텔레콤은 전 거래일보다 5500원(3.68%) 떨어진 14만4000원에, STX는 600원(2.86%) 내린 2만350원에 장을 마쳤다.
최정욱 맹경환 기자 jwchoi@kmib.co.kr